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려서 보관되는 롤러블 TV(LG전자·2019년 공개), 인공지능(AI)이 영상을 보정하는 퀀텀닷 AI 기술(삼성전자·2020년).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한국의 삼성과 LG를 비롯해 소니(일본), 중국 TCL·하이센스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기술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기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장이다.

TV를 비롯해 스마트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떠오른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구현에 기술을 실체화해 사람의 눈에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4에서도 치열한 디스플레이 기술 열전이 펼쳐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플립형 폴더블 제품과 VR·AR 시장을 겨냥해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을 이번 CES에서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유기물의 빛 방출을 극대화하는 ‘초미세 렌즈’(MLA)’와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 설루션을 공개한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도 차세대 TV 신제품과 디스플레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팎으로 접히는 폴더블, 투명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4에서 첫선을 보이는 ‘인앤아웃 플립’. 디스플레이를 안팎으로 360도 접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 CES에서 공개하는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팎으로 360도 접을 수 있는 ‘인앤아웃 플립’이다. 기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플립 등이 디스플레이를 안쪽으로 반 접을 수 있는 ‘인폴딩’ 기술이었다면, ‘인앤아웃 플립’은 바깥쪽으로도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다. 180도로만 접혔던 것이 360도로 접히는 것이다. 이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갤럭시에 적용되면, 기존 제품보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활용성도 다양해진다.

LG디스플레이가 처음 공개하는 30인치 투명 OLED 제품을 사용한 매장 키오스크 시제품.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적용한 콘셉트 제품을 공개한다. 투명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면서도, 유리창처럼 디스플레이 너머가 보이는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30·50·77인치 투명 OLED 제품을 사용해 매장 키오스크 등 실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제품을 처음 선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비전프로, 메타의 퀘스트 등 VR·AR 제품에 쓰이는 올레도스(OLEDoS)를 전시한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초미세 공정을 활용해 화소 크기를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구현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이다. LG디스플레이는 운전석 디지털 계기판부터 조수석 앞까지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초대형 패널 ‘P2P(필러투필러)’와 관련 기술, 뒷좌석 탑승자가 필요할 때만 천장에서 화면을 펼쳐 사용할 수 있는 슬라이더블 OLED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개한다.

중국 대표 전자기업인 하이센스는 주력 제품인 레이저 TV를 비롯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TCL은 눈부심을 줄여 종이책을 읽는 느낌을 주는 NXT 페이퍼 디스플레이 태블릿을 전시한다.

◇IT 두뇌 반도체 신제품 경쟁도 치열

가전제품 등 최종 IT 소비재가 주목을 받는 CES지만, 모든 IT 제품의 두뇌이자 핵심인 반도체 신제품과 관련 기술도 이번 CES에서 대거 공개된다. 8일 엔비디아는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나서 AI 반도체 신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신제품 HBM3E와 이를 활용한 생성형 AI 소프트웨어를 전시관에서 선보인다. AI가 관람객을 닮은 만화 캐릭터와 신년 카드 운세를 봐주는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의 HBM3E를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는 AI 반도체 ‘DX-M1′으로 세계 시장 공략을 노린다. 딥엑스 관계자는 “로봇 및 AI 영상 보안 시스템, AI 서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반도체로, 현재 세계 40여 회사와 테스트 협업 중”이라며 “이번 CES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