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1929년 2월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제공된 '금강껨'. 현재의 다이아몬드 게임이다.

“이 책에 하나씩 끼어드린 ‘금강껨’은 아주 재미있는 최신식 장난감입니다. 먼저 그 종이를 나무판이나 두꺼운 마분지에 철석 붙이십시오. 모르겠으면 다시 읽어보고 또 한 번 실제로 놀아보면서 다시 읽어보십시오.”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창간한 잡지 ‘어린이’ 1929년 2월호에 실린 글이다. ‘금강(金剛)껨’은 끄트머리 뾰족한 부분이 빨강·녹색·노랑으로 칠해진 육각 별 모양 놀이판 위로 말을 옮기며 노는 ‘다이아몬드 게임’. 요즘 어린이들도 즐기는 게임이 93년 전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

<YONHAP PHOTO-4723> 어린이 특별전 '오늘은 어린이날'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 세상' 설명회에서 어린이들이 다이아몬드 게임인 '금강껨'을 체험하고 있다. 2022.5.3 jin90@yna.co.kr/2022-05-03 14:05:51/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 게임이 100회 어린이날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개막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전시에서 당시 모습 그대로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박물관은 ‘금강껨’ 진열장 옆 바닥에 대형 놀이판과 말을 놓아 어린이들이 직접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 1931년 1월호 부록이던 ‘세계발명말판’도 나왔다. 전화·비행기·라디오 등 당시 최신 발명품을 게임판 위에 그려놓고 주사위를 던져 이동하며 라디오를 먼저 차지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 ‘부루마불’ 게임의 방정환 버전. 이 역시 최초 공개다. 이경효 학예연구사는 “‘소파 방정환이라면 어린이날을 어떻게 즐기도록 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기획한 전시”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받으며 1일 6회, 회당 50명 입장 가능하다. 무료.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회 기념 '모두가 어린이' 특별전에서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체험하고 있다. 2022.5.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00회를 맞은 어린이날 박물관 미술관 등 주요 전시 시설에는 그 어느 때보다 행사가 풍성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선 특별전 ‘모두가 어린이’가 열린다. 옛 어린이들의 다양한 놀이를 볼 수 있는 조선시대 회화 ‘백동자도(百童子圖)’를 모티브로 조성한 놀이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나무둥치를 오르락내리락하고 목마(木馬)를 탈 수 있게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가장 인기 있던 선물을 실은 대관람차도 놓였다. 어른은 어린이로, 어린이는 어른으로 얼굴을 변환시켜주는 AI 촬영 장비도 설치해 부모와 자녀들이 ‘내가 어린이였을 때’ ‘내가 어른이 되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을 받으며 1일 5회, 회당 120명 입장이 가능하다. 무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선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외국 근현대사에서 인류에게 기쁨과 슬픔, 감동과 울림을 주었던 어린이 사진을 담은 ‘우리모두 어린이(We Are All Children at Heart)’ 전시회가 열린다. 무기를 손에 든 아프리카 수단의 소년병부터 1930년대 히틀러 유겐트, 20세기 초 목화밭에서 목화를 수확하는 열 살짜리 미국 소녀에 1970년대 서울 골목길의 개구쟁이까지 국내외에서 모은 180여 점의 사진에 현대사의 이면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어린이들의 역사를 담았다. 3층 기획전시실에 마련됐으며 인원 제한은 없다. 무료, 7월 17일까지.

1970년대 서울역 인근에서 아이들이‘오징어 게임’에도 나왔던 ‘뽑기’를 하는 모습(작품은 김기찬의 1973년 작‘뽑기하는 아이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은 5~7일 서울·과천관에서 ‘어린이와 함께하는 미술관’을 운영한다. 어린이 관람객이 참여해 미술관 작품을 현대 무용으로 풀어내는 퍼포먼스 공연 등이 준비됐다. 국내 첫 비영리 사립 어린이미술관인 서울 성동구 헬로우뮤지움은 특별전 ‘꿈적꿈적’을 9월까지 연다. 5일 이건용 화가의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만지고 뛰놀 수 있는 어린이 맞춤형 조형물이 기다린다. 전시 제목은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는 꿈적꿈적 움직이며 마음껏 뛰어놀 때 건강히 자랄 수 있다”고 말한 데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