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베스트 앤 브라이티스트'들...'절실함'으로 똘똘 뭉쳐 있나?

 안녕하십니까? 송의달 에디터입니다.


피천득(1910~2007) 선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고 예찬했지요. 


독일의 문호 괴테( Goethe, 1749~1832)도 '5월의 노래(Mailied)'라는 시(詩)에서 "오, 눈부셔라 자연의 아름다움이여"라고 했죠.


동 시대를 살아가는 오광수 시인 역시 5월의 시를 선사했어요.

         

5월을 드립니다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최영미 시인이 쓴 짧은 칼럼 [봄]입니다.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조선일보DB

 시인의 소망처럼, 모닝 라이브 독자 여러분 모두 최고의 봄을 보내시길요.  올 봄은  '코로나 19'가 물러나고 일상 회복이 이뤄지는 시점이라 더 설레네요.


그런데 바깥 세상을 보면 금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달 10일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기대감과 희망에 들떠야 할 텐데, 지금 그런 상승 기분을 찾기 힘들죠.


무엇보다 극심한 여·야 대립에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너무 위태로워 보여요. 국내 환율·금리·물가가 십 수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글로벌 원자재·식량·가스가 이상(異常) 기류에 빠지는 '트리플 쇼크(triple shock)'가 벌어지고 있죠. 난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형국이예요.

올해 '50년만에 가장 심각한 물가 충격'이 벌어질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최근 경고했습니다. 김신영 조선일보 경제부 차장이 쓴 기사 입니다.

올해 3월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로이터연합, 코로나 봉쇄로 텅 빈 중국 베이징 시내 지하철/연합뉴스
 새 정부는 어제 대통령실 내 2명의 실장과 5명의 수석비서관 5명을 확정했어요. 국무총리와 부총리, 대통령실 실장을 모두 '경제 관료'로 구성했죠. 19명의 장관 후보자 중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같은 수퍼엘리트들도 많아요. 면면만 보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가장 화려한 스펙의 내각이예요.

그런데 걱정되는 측면도 있죠.  뉴욕타임스(NYT) 출신의 언론인 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이 1972년 저서 'The Best and the Brightest'(한국어로는 <최고의 인재들>로 번역출간)에서 한 경고가 떠올라섭니다.

1969년 1월부터 준비에 2년 반, 집필에 1년 반 걸려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 200만부 가까이 팔린 명저인데요, 핼버스탬은 30대에 하버드대 학장을 지낸 맥조지 번디 백악관 안보보좌관 같은 '천재'들로 이뤄진 케네디와 존슨의 백악관 및 행정부가 사실상 '거지 집단'인 베트콩 게릴라에 왜 패배했는지를 추적했어요. 그의 지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주요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머리 좋은 엘리트들은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인간 관계나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력도 결여됐다. 상아탑이나 최고경영자의 사무실에서 길들여진 안목과 감(感)으로 월남전을 치르다 보니 역사, 문화, 민족성, 혁명적 정열, 희생 정신과 같은 무형적(無形的) 요소에 대해 등한했다.


케네디 행정부가 폐쇄성과 오만함, 동종(同種)·근친 교배라는 엘리트주의의 함정에 빠져 나라를 그르쳤다는 진단이죠. '성공하는 정부' '유능한 정부'를 공언하는 윤석열 정부도 케네디-존슨 행정부의 과욕과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겠어요. 그러려면 겸허한 자세로 공감 노력을 경주해야겠습니다. 


마침 '최초의 질문'이란 신간을 낸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지난 주말(4월3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1980년대에) 그 떵떵거리던 일본 D램이 지금 어디 있나. 노키아 망한 걸 기억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국민소득 3만달러는 신기루에 가깝다. 2만달러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생각하고 긴장해야 한다.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며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양지호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가 쓴 이정동 서울대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예요.  

 데이비드 핼버스탬(왼쪽)과 그가 1972년에 낸 저서(오른쪽). /Wikipedia, Amazon.com

그러다 보니 5월의 문턱에서 '절실함'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의 저자인 장중호씨는 "천하무적(天下無敵)이던 스페인의 무적 함대가 영국의 빈약한 해군에게 박살난 것이나, 노키아·야후·소니 등 영원할 것 같던 기업들이 몰락한 근본 이유는 '절실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지금은 두려움만 넘치는 시대이다. 꿈을 이루려는 절실함이 놀라운 에너지를 만든다. 절실함은 극한의 긍정과 용기의 산물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로운 반전(turn-around)을 이루려면, '절실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퇴임을 앞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0.7%포인트라는 미세한 격차의 혁신보다는 700%의 혁신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물러나는 정권 조차 이럴진대, 새 정권 담당자들이라면 '절실함'으로 더욱 똘똘 뭉쳐야겠죠. 승리하는 멋진 5월 보내세요!  

스포츠 세계에서도 '절실함'은 승리의 열쇠죠. 2014년 11월22일자 조선일보 위클리비즈(Weekly Biz)에 실린, 창단 6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염경엽 넥센 감독 스토리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 /메이트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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