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관측하다보면 반짝이는 별이 일렬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기차처럼 줄지어 이동하는 별의 정체는 스타링크의 위성군(群)이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지구 저궤도 통신망 사업을 위한 위성 프로젝트다. 지구 550km 저궤도에 4만여 개의 인공위성을 올려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서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문제는 스타링크의 위성이 지구 저궤도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우주 충돌’ 위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궤도에는 퇴역 위성과 연료통 등 우주 쓰레기를 비롯해 이미 수백만 개의 우주 파편이 떠다니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중국 군사 위성 ‘윈하이′가 1996년 발사된 러시아 우주발사체 ‘제니트2′의 파편과 충돌하는 등 위험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궤도 밀집도가 한계치에 다다르면 통제하기 힘든 연쇄 충돌인 ‘케슬러 신드롬’이 일어나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힐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복잡해지는 지구 저궤도 교통

스페이스X가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타링크 위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2만5299회 이상 경로를 변경했다. 지난해 하반기 1만3612회 회피 기동을 한 것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휴 루이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천문학 교수는 “위성이 늘어나면서 회피 기동 횟수가 6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링크 등 위성의 충돌 위험은 주로 미 우주사령부에서 추적하고 있다. 우주사령부는 우주를 떠다니는 지름 10cm 크기의 물체까지 탐지해 각각의 경로를 예측한다. 만약 물체가 특정 위성과 5일 이내에 5km 가까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위성을 운영하는 국가나 시설에 즉각 알린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는 위성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뿐더러 위성 경로는 우주 날씨나 지구 대기 밀도 변화 등의 영향을 받아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갑작스러운 충돌까지도 적절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지구 저궤도 위성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점도 문제다. 스페이스X 뿐만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도 우주 인터넷망 구축 사업인 ‘카이퍼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약 1만3000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중국판 스타링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과 캐나다 등 각국에서 지구 저궤도를 선점하기 위해 우주로 뛰어 들고 있다.

◇”지구 저궤도 교통정리 필요”

저궤도 위성의 수명은 5년 정도로 짧아서 수명이 다한 위성은 대부분 우주 쓰레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기존 위성이 퇴역할 때 지구 대기권에 진입시켜 처리하거나 우주 밖으로 날려 보내는 등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강철 그물이나 자석, 로봇 팔로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포집 위성’ 연구도 활발하다.

위성 간 충돌 확률을 낮추기 위해 위성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벤저민 실버스타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각국 위성들의 궤도 데이터를 중앙 집중식으로 한데 모아 관리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