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신’ ‘국어의 신’ 등으로 불리는 학원가 일타 강사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 종로학원, 유웨이 등 대형 입시 업체에 이어 일타 강사 등 사교육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형 입시 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를 집중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29일 입시 업계와 세무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메가스터디 대표 수학 강사인 현우진 강사를 비롯한 대형 학원 일타 강사들까지 세무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한 대형 입시 업체 대표는 “현 강사를 포함해 국어와 과탐 과목 등의 일타 강사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위원들과 사교육 업체 간 유착을 비판하며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세무조사 대상에는 상상국어평가연구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국어평가연구소는 대표가 수능 출제 위원 경력을 내세워 문제집을 팔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곳이다.
입시 학원 일부 스타 강사는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내며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수학의 신’ ‘교육계의 BTS’라고 하는 현우진 강사는 2017년 스스로 “한 해 낸 소득세가 120억원”이라고 한 바 있다. 온·오프라인 수업료는 물론 수학 교재 집필 등으로 대기업 사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 강사는 1억3500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차고 수업하는 모습이 SNS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 배제’ 지시를 내리자, 현 강사는 자기 소셜미디어에 “애들만 불쌍하지. (중략)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 하며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국세청은 일부 일타 강사가 교재비나 특강료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세금을 적게 낸 혐의에 관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 민생 탈세자 세무조사에서 정규 수업료 외에 고액 특강료나 교재비를 현금으로 받아 신고를 누락한 학원 사업자나 강사를 대표적 탈세 유형 중 하나로 꼽았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유명 학원 강사 중에는 학원을 통해 자기가 쓴 교재를 팔고 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사교육 시장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교육부가 주관하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 협의회’에 참여한 공정위는 거짓·과장·허위 광고 등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브리핑에서 “객관적 근거 없이 특정 강사가 특정 분야 ‘1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재수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표현한 광고 등을 과거에 제재한 적 있다”며 “이번에도 이런 부분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사교육 시장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거짓 또는 과장 광고로 키우고 있다”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국민과 국가에 큰 부담이 되기에,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각종 분야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27일 ‘해커스’ 학원을 운영하는 챔프스터디에 ‘최단기 합격 공무원 학원 1위’란 거짓·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과징금 2억8600만원을 물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