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소리굽쇠 공명(共鳴) 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한쪽 소리굽쇠를 치면 연결되지 않은 다른 소리굽쇠도 함께 울리는 신기한 현상을 관찰했다. 공명이란 고유 진동수가 같은 진동에 반응해 함께 울리는 현상이다.

2000년대 초반,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던 무렵 ‘브랜드 공명(brand resonance)’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미국 다트머스대 케빈 레인 켈러(Kevin Lane Keller) 교수가 제시한 ‘브랜드 자산 피라미드 모델’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그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울리는 것이 브랜드 자산 구축의 궁극적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랜드 인지도부터 높이고 호의적이며 독특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이어 긍정적인 판단과 감정이 형성되는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공명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해 강한 애착과 유대감을 느끼고 브랜드를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엔 참신하다는 인상을 받으면서도 다소 과한 비유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명이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하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득 가슴이 뭉클해지는 음악을 들었을 때,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을 보았을 때 공명을 경험했다. 나의 고유 진동수에 맞는 음악과 영상이었나 보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책 ‘떨림과 울림’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공명이라는 물리 현상이 관계의 깊이를 표현하는 비유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자연과학자에게서 확신을 얻은 느낌이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가 같아 함께 울리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브랜드 관리자 입장에서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브랜드 관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경지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개념은 드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비자와 공명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피라미드 모델에서 제시한 △브랜드 인지도 △이미지 △평가 △감정의 각 단계를 충실히 관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브랜드 공명을 실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에 대한 이해는 공명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브랜드 관리 활동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소비자 반응 속에서 고유 진동수에 대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사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와 어울리는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런 고객 대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공명하는 고객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로 그 공명을 확산시켜야 한다. 브랜드에 공명하는 고객은 또 다른 고객을 공명시킬 수 있는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김용철 KS-PBI 자문위원장·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고유 진동수가 같아 공명하는 객체는 주변의 다른 객체까지 울리게 만든다. 따라서 고객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브랜드 공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관리 활동도 중요하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은 브랜드 자산 측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의미지만 소비자와 공명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면 여전히 정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