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입맛도 없어지고, 계단 몇 개만 올라가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단순 체력 저하가 아닌 ‘비타민 결핍성 빈혈’을 의심해야 한다. 흔히 빈혈을 철분 부족으로만 떠올리는데, 비타민 B12와 엽산이 부족해도 혈액 속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면서 ▲무기력증 ▲집중력저하 ▲두통 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은 빈혈을 앓고 있다. 특히 여성과 고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높다. 문제는 이 같은 결핍성 빈혈이 단순 빈혈을 넘어 손발 저림, 말초신경 손상 등 신경계 이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도비스톡

◇밥이 보약이다? 끼니만으로는 영양 부족해

비타민 결핍성 빈혈의 원인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가 예전만큼 영양분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삼시세끼만 잘 먹으면 충분하던 영양소가 이제는 끼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시대가 됐다. 농지의 연작과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식품 속 영양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과학기술청에 따르면, 과거 시금치 한 단에서 얻을 수 있었던 철분을 이제는 19단을 먹어야 보충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농무부 역시 최근 브로콜리와 시금치의 비타민 C 함량이 1950년대보다 50%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렇게 식품 자체의 영양 밀도가 예전보다 떨어진 탓에 아무리 끼니를 잘 챙겨 먹어도 우리는 늘 영양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마그네슘이나 아연 같은 미네랄이 부족하면 비타민의 흡수와 작용도 어려워진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비타민 D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골다공증과 불면증, 만성 피로를 유발하고 아연 결핍은 비타민 A의 흡수를 막아 시력 저하와 야맹증, 피부 건조로 이어진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기운 빠지고 무기력…에너지의 핵심 ‘비타민 B군’ 부족 때문

미네랄은 비타민을 활성화하고, 비타민은 에너지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그중에서도 비타민 B군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해 피로 해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비타민 B1은 뇌의 포도당 대사를 도와 정신 피로를 줄이고, 비타민 B2와 비타민 B6는 세포 에너지 생산을 도와 몸의 활력을 끌어올린다. 특히 비타민 B12는 신경계 건강과 집중력 유지에 관여하며, 결핍 시 기억력 저하와 무기력감을 유발할 수 있다. 영양 학술지 뉴트리언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 B 결핍이 피로와 무기력함, 건망증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타민 B군 외에도 비타민 C와 비타민 E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체내 세포를 보호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또 비타민 D는 뼈 건강뿐만 아니라 근육과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몸에 저장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매일 보충이 필요하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위산 분비와 흡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충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멀티 비타민’이 대세, 액상으로 섭취해야 흡수율 높아

우리 몸에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요즘엔 여러 성분을 균형 있게 담은 멀티 비타민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건강기능식품 중 유일하게 비타민·미네랄 품목만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매일 꾸준히 섭취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어떻게 섭취하느냐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정제형(알약) 제품은 간편하지만, 위에서 분해돼 흡수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공복에 섭취하면 위산 분비가 증가하면서 일부 사람들에게 위 불편감이나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물에 타서 섭취할 수 있는 분말형 제품이 인기다. 특히 물에 잘 녹는 비타민 B군이나 비타민 C는 액상에 가까운 형태로 섭취할수록 체내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액상형 비타민은 정제형에 비해 4~9배 흡수 속도가 빠르며, 액상으로 섭취한 영양소의 85~90%가 30초 내로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점점 무더워져 가는 날씨에 입맛도 없다면 시원한 비타민 한 잔으로 수분과 영양을 동시에 채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