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한국 뮤지컬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 펼쳐졌다.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뮤지컬 작품상 등 총 6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이랜드뮤지엄 토니상 관련 섹션. /이랜드 제공

◇토니상 실물 트로피, 국내 최초 전시

토니상은 연극·뮤지컬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공연계의 아카데미 어워즈’로 불린다. 연극과 뮤지컬 부문으로 나뉘어 작품상, 남녀 배우상, 연출상 등 총 26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가린다. 제1회 시상식은 1947년 뉴욕에서 열렸다. 당시 미국 연극계의 영부인 헬렌 헤이스가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의 사서 애디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헬렌 헤이즈는 194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연극 '해피 버스데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녀가 받은 토니상 트로피는 '첫 번째 토니상 트로피'로 기록돼 있다. /이랜드 제공

이 트로피는 현재 대구 이월드 83타워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라라의 〈꿈의 극장〉’을 통해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뮤지컬 ‘애니’가 수상한 토니상 작품상 트로피도 함께 전시된다. 이 트로피 디자인은 올해 ‘어쩌면 해피엔딩’이 수상한 것과 같다. 앞면에는 희극과 비극을 상징하는 얼굴이, 뒷면에는 토니상 주관 단체의 설립자인 토니 앙투아네트 페리의 옆얼굴이 새겨져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니' 토니상 작품상 트로피. 메달의 앞면에는 희극과 비극을 상징하는 얼굴이, 뒷면에는 토니상 주관 단체의 설립자인 토니 앙투아네트 페리의 옆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랜드 제공

‘라라의 〈꿈의 극장〉‘은 이랜드뮤지엄이 보유한 뮤지컬 및 뮤지컬 영화 관련 소장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국내 최초 전시다. 대구 이월드 83타워 76층과 77층에서 열리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니’ 토니상 작품상 트로피 △첫 번째 토니상 트로피인 헬렌 헤이스의 여우주연상 트로피 △주디 갈랜드의 토니상 공로상 트로피 △브로드웨이의 상징 △공연문화소식지 ‘플레이빌’ 컬렉션 등 토니상 관련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이랜드뮤지엄은 왜 대구를 택했나

이번 뮤지컬 특별 전시 지역이 대구라는 점도 뜻 깊다. 대구는 세계 최초의 뮤지컬 축제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최지로 아시아 대표 뮤지컬 도시라 부를 만하다.

뮤지컬은 한국인이 유독 좋아하는 공연 장르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오페라의 유령’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투어만 진행했다. 이 같은 국내 뮤지컬 열기와 대구의 뮤지컬 인프라가 만나 국내 최초 뮤지컬 전시 ‘라라의 〈꿈의 극장〉’이 열리게 됐다.

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소장품 나열에 그치지 않고, 테마파크 공간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 구성됐다. 이월드의 메인 캐릭터 ‘비비’ ‘포포’에 더해 새 캐릭터 ‘라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토니상 참석자 29명이 서명한 공식 포스터. /이랜드 제공

이랜드뮤지엄과 이월드가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한 흔적도 전시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직사광선에 노출돼 전시품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전시 몰입도까지 높이기 위해 암막이 가능한 벽체를 세웠다. 또한 77층에서 76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을 기획해 관람객이 서로 뒤엉키지 않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360도 회전하는 마네킹도 도입해 전시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지향성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뮤지컬 음악을 통해 뮤지컬 객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