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제품 및 고객 다변화’다. 특히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46시리즈 제품을 기반으로 수주 역량을 높여 고객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하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에너지로 세상을 깨우다(Empower Every Possibility)’라는 기업 비전을 공개했다.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LG에너지솔루션은 ‘체리자동차’ ‘리비안’ 등 46시리즈 신규 공급 계약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46시리즈를 바탕으로 중국 고객사, 전통 완성차 업체 등 고객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며 ‘최고,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옹성’ 같던 중국 뚫은 46시리즈
지난 16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자동차 업체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에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5년 동안 총 8GWh 규모를 공급할 계획이며, 이 제품은 체리자동차의 주력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8GWh는 12만 대가량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양사는 또 앞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추가 프로젝트 논의도 적극 진행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날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두고 국내 배터리 업체와 중국 자동차 기업이 맺은 EV용 배터리 공급 계약 중 처음으로 ‘대규모 수주’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첫 번째 기록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도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체리기차와의 이번 공급 계약은 상당히 의미를 가지며 이를 계기로 신규 폼팩터인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 시장으로 더욱 확대해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소식은 ‘철옹성 같던 중국 완성차 업체를 46시리즈가 뚫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주요 언론 대부분에서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중국 완성차 업체 대부분 로컬 배터리 업체들의 배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계약 상대가 중국 내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걷고 있는 체리자동차라는 것도 주목도를 높인 이유 중 하나다. 체리자동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 업체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240만 대를 돌파했고, 이 중 수출 물량이 110만 대로 절반에 가깝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순수 전기차는 체리자동차의 주력 제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46시리즈 기술적 강점 완성차 업체도 인식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수주 낭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 공급 계약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법인을 통해 리비안에 총 67GWh 규모로 46시리즈 배터리를 5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리비안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불리는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고객사 및 최근 공급 계약을 발표한 전통 완성차 기업 외에도 다수의 고객사와 추가 프로젝트를 긴밀히 논의 중”이라며 46시리즈 추가 수주를 예고하며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46시리즈가 원통형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릴 만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46시리즈는 기존 배터리(2170) 대비 출력은 5배, 용량은 6배 이상 향상됐고, 공정 단순화를 이뤄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이다. 빠른 충·방전 속도와 우수한 열 관리 성능도 갖췄다. 또한 표준화된 규격을 갖춰 대량 생산에 유리하고, 일정 품질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가격을 낮춰야 하는 전기차 시장의 과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배터리’라는 의미다.
한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원통형 배터리는 모양 특성상 공간 활용이 떨어지고 무게 부담이 있어 비주류로 분류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CTP(Cell-to-Pack) 기술 발전과 특히 46시리즈는 셀 총 개수를 줄여 팩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고 건식전극 기술 적용 시 추가적인 원가 절감도 가능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창 양산 준비 완료, 美 애리조나 공장 건설도 순항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전용 생산공장 두 곳을 46시리즈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창 에너지플랜트의 경우 양산 채비를 모두 마치고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고객사와 공급 시점이 확정되는 때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 역시 순조롭게 건설 진행 중이다.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상공회의소 및 지역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건설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공장 건설은 약 50% 이상 진행됐으며 내년 중순쯤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애리조나 법인장 나희관 상무는 “애리조나 공장은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현지 인재를 육성하고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최초,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미국 내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는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춰 46시리즈와 같이 제품 경쟁력을 한층 높인 제품을 통해 보다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압도적인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고객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한다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택지를 손에 쥐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체리자동차 공급 계약을 발표한 보도자료에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고객가치만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