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 년간 한국 제조업을 견인한 철강 산업은 인도,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 미국의 철강 관세 대응, 국내 불공정 수입재 범람, 탈탄소 경쟁 심화 등 복합 과제에 직면해 있다. 포스코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철강재 ‘기가스틸’ ‘고망간강’ 등 고유의 철강 기술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LNG 수요 증가… 독자 개발 신소재 고망간강 주목
집권 2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제조업 부활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자국 산업 보호와 투자 촉진의 협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발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현실화됐다.
포스코는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한편, 철강과 연관이 깊은 조선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다른 국가와 협력을 시사한 것을 주목한 것이다.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LNG 플랜트 건설, LNG 선박과 관련된 조선업 등 철강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부터 국제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냈다. 포스코는 망간 합금강을 주목하며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영하 196도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낸다. 고강도, 내마모성, 비자성(자성을 띠지 않는 성질)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LNG 운송·저장용 소재로서 모든 조건을 만족할 뿐만 아니라 강도가 높으면서 연신율(재료가 늘어나는 비율) 또한 우수하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기존 소재로 쓰이던 ‘9% 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고망간강 적용한 선박도 개발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고망간강을 함정 선체에 최초로 적용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비자성을 지닌 강재를 활용해 함정에서 필요했던 ‘탈자(자기 제거)’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뢰(자성에 반응하는 해상 폭탄) 부설이나 수거 작업 시 함정의 피격에 의한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고망간강은 일반 선급강 대비 강도가 약 10% 높아, 외부 충격이나 폭발에도 선체가 쉽게 손상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기술 우위를 통한 철강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포스코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철강 신소재 개발과 마케팅,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철강 경쟁력 강화를 통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장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룹 경쟁력 핵심은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이며, 이를 통해 미래 시장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발맞춰 밸류체인 간 연계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