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삶의 질’ 이슈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국민의 ‘웰빙(Well-being)’ 실현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산업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이러한 성과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 및 수치화하는 작업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산업 부문별 웰빙 만족도 1위를 선정하기 위한 정량 평가는 지난 2004년, 한국표준협회와 연세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의 ‘웰빅스(WELBIX: Well-being Index)’ 개발로 시작됐다. 초창기 웰빅스는 산업 분야의 환경성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됐다. 이후 소비자 요구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지금은 ‘대한민국 소비자웰빙환경만족지수(KS-WEI: Korean Standard Well-being & Environment Index)’로 발전해왔다.

KS-WEI는 웰빙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한 ‘HESSS’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이 모델은 건강기능성(Health)·환경친화성(Environment)·사용안전성(Safety)·고객충족성(Satisfaction)·사회적책임(Social Responsibility) 등 다섯 가지 차원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올해 KS-WEI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복잡한 정치·경제 상황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과거에도 지수 하락은 주로 산업 체계의 전환기와 맞물려 나타났다. 이번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규 뷰티가전을 제외한 기존 19개 웰빙 제품 중 냉난방기기 부문에서만 KS-WEI 점수가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후변화 가속화에 소비자 관심이 집중됐고 관련 산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건축자재·의약품·의류 등 산업 전반에서 이미 체감되고 있는 아열대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웰빙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9개 웰빙 서비스 부문 중에서는 렌탈서비스와 문화·레저 서비스 부문의 KS-WEI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는 최근 2~3년 사이 급격히 확산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앱에 익숙해진 소비자 기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 체계는 자연환경 변화와 문명의 진보에 발맞춰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인간의 욕구는 언제나 사회의 공급 능력을 한발 앞선다. 이 같은 격변의 시대에도 KS-WEI 평균을 지켜준 부문별 1위 기업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더불어 KS-WEI 지표 역시 시대에 맞춰 과감히 혁신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해지는 날카로운 소비자 시선이 우리 산업과 평가 기준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