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방산 중심에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항공기가 있다. 2001년 인도네시아에 KT-1을 처음 수출한 이후, 현재까지 총 224대의 항공기가 전 세계 하늘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다. KAI는 지난 1999년 10월 창립 이후 항공기 개발 및 양산, 시험비행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무사고 26년’은 우리보다 100여 년이나 앞서 항공기를 개발한 국가에서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뛰어난 기체 성능과 안정성으로 KAI는 2023년 3조 8900억원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4조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은 4.5세대에서 6세대 전투기로 확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미사일 발사 시험 비행을 하는 KF-21./KAI 제공

◇글로벌 안보 환경 불확실성 증가… 수출 주력기종 다변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불안해진 국제 정세 속에 세계 각국은 국방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의 무기체계를 운용하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후속 지원과 성능 개량 등에 한계를 느끼며, 신뢰성과 확장성이 장점인 한국산 무기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방산 수출 시장 확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이달 초 긴급 정상회의를 갖고 유럽 재무장(ReArm EU)에 8000억유로(약 1250조원) 증액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안보 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유럽 내 주둔 미군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각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 등 압력이 커지자, 방산 재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우리로선 수출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만큼 넘어야 벽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재무장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유럽 내에서 생산한 무기만 구매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며 제동에 나섰다. 유럽 최대 방산 수출국인 프랑스가 K방산을 견제하며 보호주의 벽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KAI는 견제의 벽을 넘기 위한 돌파구로 먼저 수출 주력기종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전 세계에 138대를 수출한 FA-50은 물론 최첨단 KF-21, LAH(소형 무장헬기), 최근 시험비행에 성공한 MAH(상륙 공격헬기), MCH(소해헬기) 등 수출 주력기종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첫 국산 헬기 수리온이 수출에 성공하며 기존 고정익 위주였던 기종의 다변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KAI는 지난해 12월 23일 이라크 정부(내무부 소방청)와 수리온 2대를 수출하는 135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월드 베스트셀러’로 성장하고 있는 FA-50에는 355억원이 투자된다. 그동안 2인 운용체계인 복좌형만 생산해 왔는데, 고객 요구가 커지면서 1인 운용체계인 단좌형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단좌형을 개발하면서 공대공 및 공대지의 작전 임무반경 확대 등 성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옵션도 장착할 계획이다. 4.5세대에서 6세대 전투기로 확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KF-21 또한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KAI는 이라크 정부(내무부 소방청)와 수리온 2대를 수출하는 1358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소방 산림 인명 구조형 수리온./KAI 제공

◇항공기와 위성 연계한 패키지 수출 추진

KAI는 지난해 유무인 복합 차세대 공중전투초계(Next Generation Aerial Combat System·NACS)의 핵심 기술 개발에 105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는 미래 공중전의 승패를 가를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해외로 수출되는 KF-21과 FA-50에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을 패키지로 적용하면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 자율형 AI 파일럿 전투 체계는 2030년 구축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최근 무인 전투기를 조종하는 AI 파일럿 이름이 국민 네이밍 공모를 통해 ‘카일럿(KAILOT)’으로 정해졌다.

이달 초 AI 기반 국방 합성데이터 설루션 기업 젠젠에이아이(GenGenAI)에 60억원, 지난해 11월 국방 로봇 분야 AI 기업에 133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이를 통해 AI 파일럿의 표적 인식·감시·정찰 학습 데이터 생성에 획기적인 기술 향상을 가져오게 됐고, 로봇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한 단계 높였다.

미래전의 핵심 영역으로 꼽히는 위성 분야에서도 KAI는 기술력을 쌓아왔다. KAI는 그동안 차세대 중형위성, 정지궤도 복합위성, 한국형 발사체, 다목적 실용위성 1호부터 7A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발에 참여했다.

KAI는 초소형 위성 및 425 SAR 위성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항공기와 위성을 연계한 패키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요구되는 재사용발사체와 우주 비행체 등의 개발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우주 수출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AI는 이처럼 다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수한 성능 △신속 납기 △주력기종 다각화 △신뢰받는 후속 지원을 바탕으로 수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이 4대 항공우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