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이하 한수원)이 최근 미국 핵연료 공급사 센트루스와 농축우라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연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은 농축도에 따라 핵무기 원료로도 활용될 수 있어, 핵확산 금지를 위해 생산이 제한된 자원이다. 현재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며, 우리나라는 최근 10여 년간 프랑스·러시아·영국·중국 등으로부터 주로 공급받아 왔다.
미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 자체적으로 농축우라늄을 생산했으나, 이후 러시아 등으로부터 저렴한 농축우라늄을 수입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처가 축소되고, 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에서 원전 확대가 추진되면서 자국 내 핵연료 인프라를 재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수원은 선제적으로 미국과 농축우라늄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번 계약의 기간은 2031년부터 10년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간 원자력 분야 협력의 첫 실질적 성과로, 양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센트루스와의 협력을 통해 한수원은 차세대 원전에 필요한 연료 확보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90여 종의 SMR(소형모듈원자로)이 개발 중이며, 이 차세대 원전에는 기존 원전 연료보다 농축도가 높은 우라늄이 필요하다. 센트루스는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로부터 SMR 연료로 사용되는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생산을 허가받은 유일한 기업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농축우라늄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원자력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