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중앙경찰학교는 충남에 설립해야 한다.”
지난 15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는 충남·충북·대전·세종지역 재향경우회 회장 4명이 나와 제2중앙경찰학교의 충남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청권 퇴직 경찰관들이 모인 이 단체는 “충남 지역은 5000여명의 경찰 교육생들이 전국 어디서나 다양한 이동 경로와 수단으로 접근 가능한 국토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중심지”라며 “경찰학교는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없는 충남에 유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충남도를 비롯한 대전·세종·충북 4개 시도지사 명의의 ‘제2중앙경찰학교 충남 설립을 위한 충청권 공동 건의문’이 발표됐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충남 아산·예산에 제2중앙경찰학교를 설립하면 기존 경찰 교육기관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현명한 결정을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전에 충남도와 도민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인구소멸에 대응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제2중앙경찰학교 부지선정위원회를 열고 충남 아산시와 예산군, 전북 남원시 등 3곳을 1차 후보지로 선정했다. 앞서 후보지 공모에 전국 47곳의 기초자치단체가 접수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중앙경찰학교(이하 중경)는 신임 경찰관을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중경은 1987년 개교한 건물로 시설 규모가 부족해짐에 따라 기존 학교의 기능을 분산할 수 있는 추가 학교 건설이 추진됐다.
상주하는 교직원에 더해 2500명씩 1년에 두 차례 교육생이 입교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소멸과 지역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제2중경의 설립이 절실한 이유다.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들은 각각의 강점을 내세우며 제2중경의 최적지임을 주장하고 있다.
아산시는 경찰교육기관의 집적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산의 후보지는 경찰대·경찰인재개발원·경찰수사연수원·경찰병원(예정) 등이 모인 경찰종합타운 안에 위치한다. 경찰 교육기관간 이용 편의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KTX천안아산역과 수도권 전철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예산군은 국립공주대 예산캠퍼스와 예산시장이 인접한 107만㎡ 부지를 후보지로 제안하고 있다. 아산 경찰종합타운과 차로 30~40분정도 떨어진 곳이다. 올해 말 예산군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서해선과 서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 접근성이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또 가까운 원도심에서는 활성화 사업이 한창이어서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충남 2곳과 경쟁하는 전북 남원시는 농촌진흥청 산하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이 있던 166만㎡ 면적의 유휴 국공유지를 토지 매입 부담 없이 학교를 지을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교통도 동서남북을 잇는 고속도로가 통과하고, KTX와 SRT가 다니는 전라선을 비롯해 대구~남원~광주를 잇는 달빛철도가 2030년 개통 예정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후보지 3곳 중 2곳이 포함된 충남도 입장에서는 확률상 66%의 가능성이 점쳐지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충남도 관계자는 “기존 경찰교육기관과의 연계 효과와 시너지, 교통 편의성, 경찰 구성원들의 선호도 등을 종합하면 아산시와 예산군 어느 지역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영·호남 6개 자치단체장이 제2중경 남원시 설립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충청과 영·호남의 지역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와 관련해 “경찰학교 문제는 경찰 행정 집적화와 대상자의 편의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치 논리 등으로 접근하지 말고 어느곳이 최적지인지 객관적인 논의와 심의를 통해 후보지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