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6번이나 찾아가 맛봤다는 중국 강남(江南)의 음식은 어떤 맛일까. 홍콩은 어떻게 중식 파인다이닝의 대표가 됐을까. 쓰촨요리는 단지 맵고 얼얼하기만 한 걸까. 유네스코가 ‘세계 최초의 퓨전 요리’로 공인한 마카오 매캐니즈(Macanese)는 무엇일까. 지난 8월 본지가 주관한 ‘김성윤 음식전문기자와 함께하는 홍콩·마카오 미식기행’은 이러한 미식가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여행이었다.

◇황제가 사랑한 요리, 화이양

강남은 대운하 건설 이후 중국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된 장강(양자강) 지역을 말한다. 항저우와 양저우, 쑤저우, 난징, 화이안 등 인구가 많고 부유한 도시를 중심으로 섬세하고 세련된 식문화가 꽃을 피웠다. 찌고, 삶는 요리법을 활용해 제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만주족이지만 한족 문화를 선망했던 건륭제는 강남을 여섯 번이나 순행했다. 항저우에서 너무나 마음에 드는 음식을 맛보고는, 그 음식을 만든 요리사 장동관을 베이징으로 데려가 자금성 총주방장 자리를 맡겼다. 마카오 더 런더너 호텔에 있는 ‘더 화이양 가든(The Huaiyang Garden)’은 강남요리로 미쉐린 별 2개를 받은 세계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장쑤성에서 직송한 새우, 장어, 민물 생선을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정교한 칼질로 다듬어 섬세한 맛을 완성한다. The Londoner Macau 2nd Floor, Macau

화이양은 홍콩의 화이안(淮安)과 양저우(揚州) 두 도시의 앞 글자를 따 만든 명칭으로, 강남요리의 대명사로 쓰인다./더 화이양 가든 제공

◇매캐니즈, 세계 최초 퓨전 요리

유네스코가 ‘세계 최초의 퓨전 요리’로 공인한 매캐니즈 요리(Macanese Cuisine·澳門土生葡菜)는 사실 퓨전 요리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존재했다. 16세기 대항해 시대 마카오에 발 디딘 포르투갈이 유럽,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에서 가져온 식재료와 향신료, 조리법이 중국 식문화와 400년 넘게 융화하며 탄생했다. 포르투갈 바칼라(염장 대구)와 인도 강황, 동남아 코코넛 밀크가 조화롭게 섞였다. ‘라 파밀리아(La Famiglia)’는 마카오 타이파 빌리지 골목에 숨은 유서 깊은 매캐니즈 레스토랑이다. ‘아프리칸 치킨’ ‘바칼라우 크로켓’ ‘해물밥’ ‘커리 게랩’ ‘세라두라’ 등 대표적 매캐니즈 음식을 두루 낸다. Rua dos Clerigos No.2830, Taipa , Macau

푸른 접시에 담겨 나오는 딤섬 만두는 마치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같다./홍콩 더들스 레스토랑 제공

◇중화요리의 최첨단, 홍콩

중국 식문화의 중심은 전통적으로 강남이었다. 하지만 1920년대 국공내전(國共內戰), 1950년대 중국 공산화, 1960년대 문화혁명 등 혼란기를 연이어 겪으면서 거대한 인구와 자본이 각각 영국과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홍콩과 마카오로 이주했다. 이들을 따라 요리사들도 거처를 옮겨왔다. 특히 홍콩은 봉인된 중국 본토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번성했다. 홍콩에서 광둥요리는 프랑스·일본 등 다양한 요리를 받아들이면서 꾸준히 진화했고, 고급 중식의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홍콩 더들스(Duddell’s)는 ‘모던 차이니즈 파인다이닝’이 뭔지 보여준다. 테이블에 접시가 놓이면 ‘이게 중식이야’를 넘어 ‘음식이야 예술 작품이야’ 의심하게 된다. 광둥요리 정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한 단계 도약한 맛과 모양. 서비스와 인테리어도 두말할 나위 없이 빼어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이다. 3F, 1 Duddell Street, Central, Hong Kong

라 파밀리아는 ‘가족(파밀리아)’이라는 상호처럼, 플로레스 알베스 오너셰프는 손님들이 식당이 아닌 매캐니즈 가정에서 먹는 맛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낸다./라 파밀리아 제공

평범한 음식일수록 탁월하기 힘들다. ‘정두(正斗·Tasty Congee & Noodle Wantun Shop)’는 홍콩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일상식의 정점을 보여준다. 광둥성 광저우 출신 창업자가 1946년 홍콩 완차이에 노점상으로 출발해 오늘날 홍콩과 마카오, 중국 본토,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 지점을 둔 ‘완탕면 제국’을 건설했다. 꼬들꼬들한 에그누들과 탱글탱글한 새우가 들어간 완탕면은 홍콩 최고로 꼽힌다.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가성비 맛집을 뜻하는 ‘빕 구르망(Bib Gourmand)’을 10년째 놓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