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루클린’ ‘팝업 성지(聖地)’로 불리는 성동구 성수동.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라는 타이틀이 새로 붙었다. 영국의 유명 여행·문화 정보 잡지인 ‘타임아웃’이 지난 9월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World’s Coolest Neighbourhood)’ 38곳을 공개하며 국내에선 유일하게 성수동을 4위로 꼽아서다. 성수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 낙후된 공업지역이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로
성수동은 2000년대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공업지역으로 꼽혔다. 1980년대까지 인쇄소·제철소·제화공장이 즐비했지만 이들이 외곽으로 옮겨가면서 침체한 것이다. 하지만 2010년 들어 폐공장 부지와 창고 등을 활용한 카페·음식점·전시장이 들어서며 점차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영국 타임아웃도 성수동에 대해 “오래된 창고와 공장이 최신 카페와 부티크, 갤러리들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성수동이 ‘핫플’로 입지를 굳힌 데는 성동구의 정책이 주효했다. 성동구는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 방지 조례를 제정해 서울숲길 등에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또 건물주와 협약을 맺어 임대료 상승을 제한했다. 자연스레 특색 있는 소규모 점포들이 늘어나며 젊은 유동인구가 몰려들었다. 용산구 경리단길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쇠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젊은 세대가 찾는 ‘힙(hip)’한 공간으로 주목받으며 임시 오프라인 매장인 ‘팝업스토어’도 줄을 잇고 있다. 식품, 패션, 뷰티 등 월 평균 90개의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업계에서 성수동을 시장 진출의 ‘가늠자’로 보고 있는 까닭이다.
◇ 붉은 벽돌이 만든 독특한 분위기… ‘한국의 브루클린’ 되다
성수동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유난히 많다. 건물 외형은 모두 다르지만 붉은 벽돌로 통일된 분위기를 연출하며 건축적 볼거리를 선사한다. 기존 공장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린 건물이나 수많은 아치로 창을 낸 주택 등은 성수동에 독특한 분위기를 부여하고 있다. 붉은 벽돌 건축물이 많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닮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도 불린다.
성동구는 2018년부터 성수동1가 일대 ‘붉은 벽돌 건축물 보전 사업’을 펼쳤다. 1980~90년대 조성된 붉은 벽돌 주택을 허물지 않고 개조하거나, 붉은 벽돌을 활용해 신축하는 경우 공사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부터는 사업지를 뚝섬역 남측 일대까지 확대한 바 있다.
‘붉은 벽돌’의 상징성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발걸음을 성수동에 멈추게 했다. 지난 5월 한국 매장 운영에 들어간 세계적인 패션 편집숍 ‘키스(kith)’는 성수동 첫 점포의 외관을 붉은 벽돌로 조성했다. 매장이 있는 연무장길의 붉은 벽돌 건물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시작한 키스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번째 글로벌 매장을 한국에 냈다.
이 밖에도 패션 기업 ‘무신사’를 비롯해 ‘성수 디올’ ‘아모레 성수’ ‘대림창고 갤러리’ 등은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를 높이 평가하며 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동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