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북 구미시 구미복합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저출생 극복의 염원이 담긴 선물 상자를 풍선에 매달아 띄우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5~6일 이틀간 가족 75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김동환 기자

통계청은 2072년 대한민국의 예상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 숫자)이 1.08명으로 전 세계에서 바티칸(0.98명)과 마카오(1.04명)에 이어 세번째로 낮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마카오(0.66명)와 홍콩(0.72)명 다음으로 낮았는데 약 50년 후에도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이란 의미다.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해 나라의 동력을 국민 모두가 함께 되살리자는 취지로 한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캠페인이 지난 5~6일 경북 구미시 구미복합스포츠센터 일대에서 열렸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 투게더 경북’은 조선일보가 2018년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아이가 행복입니다!’ 캠페인의 경북 행사다. 2022년 경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안동, 올해는 구미에서 열렸다. 5~6일 이틀간 행사에 가족 등 75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선일보와 경상북도, 구미시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학교안전공제중앙회 등이 후원했다.

◇”산업 선도한 구미, 저출생 극복도 선도하겠다”

경북 구미시는 1969년 국내 최초의 전자공업 특화 단지로 조성된 구미국가산업단지(구미공단)로 유명하며 지역 명산(名山)인 금오산과 ‘라면 축제’ 등 관광 자원으로도 이름 높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5일 구미복합스포츠센터는 전국에서 몰려든 가족 1000여 명으로 가득찼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사진·영상 공모전 시상식이었다. 지난 8~9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모했는데 사진 부문에 886가족, 영상 부문에 500가족이 참여했다. 이 중 사진 부문 3가족, 영상 부문 5가족을 수상자로 뽑았다.

종합 대상은 ‘동생은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영상을 낸 류하온(3)양 가족이 받았다. 류양이 남동생인 하랑(1)군이 태어나서 좋은 이유 다섯 가지를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류양은 영상에서 “첫째 함께 놀 수 있다, 둘째 맛있는 것을 나눠 먹을 수 있다, 셋째 같이 자서 무섭지 않다, 넷째 꼬순내(머리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다섯째 행복하다”고 했다. 류양이 내린 결론은 “동생은 최고의 선물이다”였다. 엄마 강현진(30)씨는 “둘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분이 많은데 우리 아이들이 나눔과 배려를 배우고 가족 간에도 끈끈한 정이 더해지는 걸 보면 둘째 낳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셋째도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지난 5일 구미에서 열린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행사에서 아동용 연극인 ‘브레드 이발소’ 캐릭터들이 아이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아이가 행복입니다 사무국 제공
지난 5일 구미에서 열린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행사장에 조성된 포토존에서 가족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아이가 행복입니다 사무국 제공

영상 부문 최우수상은 송유주(3)양 가족이 차지했다. 유주양의 생일날 아빠 송치호(31)씨가 유주양이 좋아하는 뽀로로 탈을 쓰고 함께 어린이집에 가는 모습을 담았다. 송씨는 이날 시상식에도 뽀로로 탈을 쓰고 나와 참석한 가족들의 박수를 받았다. 엄마 김이슬(31)씨는 “매년 유주 생일과 어린이날이 되면 가족들이 다 함께 백설공주 옷 등을 입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간다”며 “유주를 낳은 덕분에 새로운 인연들을 얻게되고, 부모님과도 다시 뭉치게 되면서 가족애를 듬뿍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부문 최우수상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순간을 찍은 사진을 출품한 전병태(47)씨 가족이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중학생 가족도 상을 탔다. 정한영(51)·최윤옥(50)씨 부부는 아들 정준표(14)군과 함께 전국 일주 자전거 여행을 다닌 영상을 편집해 작품을 만들었다. 영상에는 준표군과 아빠 정씨가 서로 응원하면서 오르막을 오르는 장면 등을 담았다. 최씨는 “다섯 살 때부터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던 우리 아들을 위한 선물”이라며 “인생에서 힘든 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이 영상을 보며 이겨내면 좋겠다”고 했다.

수상 가족들에게는 대상 300만원, 최우수상 200만원, 우수상 100만원씩 상금과 함께 수상 작품이 신문에 실린 형태의 ‘조선일보 리프린트’가 수여됐다.

수상 가족들은 이날 받은 상금으로 “가족 여행을 가겠다” “(아이 돌봐주시는) 장모님에게 마사지 기계를 선물하겠다” “아이 이름으로 적금을 붓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아이는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주도했던 구미가 저출생 극복도 주도하겠다”고 했다. 구미시는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돌봄 센터를 6곳 만들고 임산부 전용 택시를 운행하는 등 다양한 저출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 구미에서 열린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개막식에서 구미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들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아이가 행복입니다 사무국 제공

◇부모들이 꼽은 출산·육아 돕는 3가지는

수상자들은 출산과 육아에 도움이 되는 요소로 ‘경제적 지원’과 ‘아이들이 놀 공간’ ‘조기 퇴근을 권장하는 문화’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 소방관으로서 가족들과 함께 소방관 제복을 입은 사진으로 우수상을 탄 문명기(39)씨는 “육아를 하다보면 부부가 바빠서 밥을 사먹게 되는데, 생활 물가가 오르다보니 정부에서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게 가장 피부로 와닿는다”고 말했다.

육아에 큰 도움을 준 장인과 장모의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사랑의 대물림’ 영상으로 우수상을 받은 여정훈(32)씨는 “지방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데 유료 키즈 카페 외에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 같은 다양한 공간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기 임신 소식을 전달받은 가족들의 감동적인 반응을 영상으로 담아낸 ‘가족 그리고 행복의 씨앗’으로 우수상을 받은 조가람(35)씨는 “워킹맘이다보니 아이들을 보려면 저녁 6시는 되어야하는데, 육아 중인 부부에겐 조기 퇴근을 권장하는 문화가 사회에 자리 잡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구미에서 열린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행사장에서 두 아이가 만들기 체험에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선 수상자와 내빈들이 함께 저출산 극복의 염원을 담은 선물 상자에 풍선을 가득 달아 날려보내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축사에서 “우리는 핵전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저출생과 전쟁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만 경북도의회의장은 “대한민국 국보 1호는 어린이 여러분이며, 보물 1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 1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청춘 남녀의 만남부터 결혼, 출산, 돌봄, 주거, 직장 생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100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상공인 가정에도 출산 지원금을 주는 등 정부나 서울보다 먼저 도입한 정책도 여럿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생 전쟁의 최전선인 구미에서 이렇게 많은 어린이를 보게 돼 행복하다”며 “중앙정부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다음 달 1~2일에는 부산에서 ‘아이가 행복입니다!’ 행사가 열린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저출생 극복의 열기가 경북에서 부산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