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단독 선정됐다. 체코는 내년 3월 한수원과 최종 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협상 결과에 따라 한수원은 APR1000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할 수도 있다.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서 체코와의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했던 각종 활동들과 K원전만의 뛰어난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현지 신뢰 구축
체코가 신규 원전 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한수원은 원전이 들어설 두코바니∙테믈린 등 지역과 꾸준히 유대감을 강화하며 수주 활동을 벌였다. 매년 대학생 글로벌 봉사단이 봉사 활동과 문화 교류 활동을 진행했고, 현지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 6월, 현지 지자체장들이 한수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지 기업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다.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한-체코 원자력 및 문화 교류의 날’ ‘한국 원자력 및 첨단 산업의 날’ 등 행사에서 현지 기업들과 MOU(양해 각서)를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K원전의 뛰어난 경쟁력
제시간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원전 건설을 약속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전략도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현지 발주사에서 정한 일정을 지킨 유일한 입찰 참여사가 바로 한수원이다. 체코 정부 고위 관계자도 “한국은 입찰서를 제출할 때도 ‘온 타임 온 버짓’ 능력을 보여줬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 전략은 앞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한국이 수주했을 때도 빛을 발했다.
한수원은 우수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한국은 1970년대 첫 원전을 도입한 이후 50여 년간 국내외에서 원전을 짓고 운영해오며 ‘맞춤형 원전 모델’ 제조 기술을 갈고닦았다. 특히 체코의 1200㎿(메가와트) 이하 용량 원전 주문에 맞춰 1000㎿급 APR1000 노형을 체코 측에 제시한 것도 한수원이었다. 이 노형은 작년 3월 유럽 사업자 요건(EUR) 인증을 받아 인허가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입찰서 작성에 한수원과 함께 참여한 한전기술과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는 입찰 기간 내내 ‘원팀’으로 활동했다. 특히 정상 차원의 원전 세일즈와 함께 전방위 지원 활동을 펼치며 수주 경쟁에 힘을 실었다.
최근 에너지 안보 확보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적으로 원자력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한수원이 K원전의 유럽 진출 가능성을 높여 앞으로 추가 원전 수주의 교두보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 기회에 국내 기업들이 함께 진출하면서, 그동안 국내 건설에만 머물러 온 원전 생태계에도 새로운 활력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신규 원전 건설의 계약 체결까지 성공해 2009년 UAE의 감동을 다시 국민 여러분께 선사하고 싶다”며 “우리가 원전 기술을 전수받았던 유럽으로 K원전이 역(逆)진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