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올해 설립 30년을 맞이했다. 유니세프는 1946년 ‘차별 없는 구호’라는 기치 아래 전쟁·재해·빈곤·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어린이 구호 전문기관’이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유니세프를 대표해 기금을 모아 지구촌 어린이를 지원하고 한국 어린이의 권리 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1994년 선진국형 국가위원회가 되기 이전까지 한국 또한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던 수혜국 중 하나였다. 1950년 한국전쟁부터 1993년까지 △분유·담요·의약품 등 긴급 구호품을 포함해 △농어촌 보건 개선 △영유아 백신 확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여러 방면에서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은 43년간 지원받은 끝에 도움을 주는 공여국으로 전환했다. 이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30년간 보은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우리 사회의 ‘나눔 생태계 확산’을 위해 다양한 모금과 노력을 시도했다. △유니세프 카드 △나눔 콘서트 △바자회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 등으로 기금을 모금하고, 법조인·문화예술인·자원봉사자 클럽 등을 만들어 사회구성원들의 참여와 기부 문화를 조성했다. 설립 첫해 350만달러를 시작으로 △2005년 1300만달러 △2023년 1억1500만달러(1570억원)를 지원하면서 미국·일본·독일 등과 함께 유니세프 주요 모금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또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당시에는 한 달 만에 110억원을 모금하는 등 지구촌 어린이 지원에 적극 이바지했다.
◇한국에서도 NFT 기부…김병종 화백 NFT 작품 경매로 1억원 이상 기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모금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NFT 기부가 눈길을 끈다. NFT는 ‘대체 불가능 토큰(Non Fungible Token)’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이다. 디지털 그림이나 영상 등 파일에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대체 불가한 희소성과 소유권을 갖춘다. NFT 기부는 작품의 경매 또는 판매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NFT 구매부터 판매금이 기부되는 순간까지 모두 블록체인으로 기록돼 확인할 수 있다. NFT 기부는 이러한 투명성으로 인해 기부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종 화백은 2021년 ‘서설(瑞雪)의 서울대 정문’ NFT 작품을 경매에 부쳤다. 해당 작품은 2014년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오연천 당시 서울대 총장이 선물한 김 화백의 그림을 7년 만에 NFT로 제작한 것이다. 김 화백의 첫 NFT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이 경매에 부쳐지자, 해외에서도 많은 문의와 관심이 쏟아졌다. 작품은 26.01이더리움(약 1억322만원)에 낙찰됐고, 전액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됐다. 기금은 자연재해와 폭력으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과 아이티 어린이의 긴급구호사업에 사용됐다.
김 화백은 자연을 소재로 생명을 노래하는 작품 활동으로 ‘생명 작가’라고 불린다. 김 화백은 “생명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에 관한 생각이 항상 마음 한편에 있었다”면서 “첫 NFT 작품으로 지구촌 어린이를 돕게 돼 기쁜 마음이다. NFT 기부가 문화예술계의 나눔 문화에 활력이 된다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화백은 해당 기부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이 됐다.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은 2015년 결성된 고액 후원자들의 모임으로 일시 후원 또는 누적 후원 금액이 1억원 이상인 개인 후원자들로 구성돼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인 안성기·김혜수·김연아를 비롯해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이 함께 하면서 ‘나눔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새로운 나눔 NFT 기부…기금 투명성에 소장·나눔 가치를 더해 호응
NFT 기부는 기금의 투명성에 소장할 수 있고, 나눔의 가치까지 더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니세프는 2019년 유엔기구 중 처음으로 크립토 펀드(Cryptocurrency Fund·암호화폐 기금)를 시작했다. 암호화폐인 이더 및 오픈소스 플랫폼의 개발을 총괄하는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으로부터 첫 기부를 받았다.
2021년에는 유니세프 설립 75주년을 기념해 NFT 컬렉션 ‘패치워크 킹덤(Patchwork Kingdoms)’을 발행해 지구촌 어린이의 교육 지원 기금을 마련했다. NFT ‘패치워크 킹덤’ 작품으로 175이더리움(약 55만달러), 한정판 및 기타 작품 추가 경매로 총 74만달러(약 8억8400만원)의 기금을 모금했다. 해당 금액은 저개발국 어린이의 IT 교육 환경 개선에 쓰였다. 또 배우 강동원은 2021년 목공 라이브를 NFT 영상으로 제작했다. 디지털 자산화된 영상을 글로벌 NFT 플랫폼으로 발행해 판매금 전액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한 바 있다. 이밖에 유니세프 이탈리아위원회는 2021년 자선 갈라를 열어 NFT 작품 경매로 약 5억5000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또 크립토 파이낸스 콘퍼런스에서 NFT 작품 5개를 경매해 41이더리움(약 13만5000달러)을 모금해 화제가 됐다.
NFT는 나눔의 증표로도 활용된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2023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튀르키예 지진 피해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업비트 이용자들이 기부용 전자지갑 주소로 비트코인을 기부하면 해당 금액만큼 일정 한도 내에서 두나무가 추가 기부금을 더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이뤄졌다. 약 2주간 진행된 캠페인에 업비트 이용자 276명이 참여해 총 6.5646비트코인(약 2억1000만원)이 모금됐다. 여기에 두나무가 기부금을 더해 총 14비트코인(약 4억4000만원)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해 지진 피해 어린이를 돕는 데 쓰였다. 두나무는 모금 캠페인에 동참한 업비트 이용자에게 이동욱 작가의 NFT 작품 ‘깊이로부터 온 메시지’를 기부 증명으로 제공했다.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NFT의 다양한 활용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의 해’…NFT 기부, 나눔 생태계 활력소
UN 총회는 2015년 지구촌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2030년까지 노력해야 할 목표 17개를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이하 SDGs)’를 발표했다. △빈곤퇴치 △양질의 교육 △환경보호 △불평등 해소 등 SDGs 달성까지 6년이 채 안 남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괴롭힌 코로나19 바이러스부터 △우크라이나·가자지구·아이티 분쟁 △리비아·아프가니스탄·튀르키예 홍수와 지진까지 위협 요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힘없고 연약한 어린이들이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부모와 가족, 집과 학교를 잃은 어린이들의 삶이 파괴된다. 식량·식수·예방접종 등 필수적인 서비스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고, 적절한 교육과 보호를 받지 못해 상실과 절망 속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지난해에만 이러한 재난으로 피해를 본 어린이 수는 4억5000만 명에 달한다.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은 어린이의 생존 및 번영과 직결된 문제”라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지금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류의 미래인 어린이를 위해 전례 없는, 혁신적인 지원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NFT 기부가 우리 사회의 나눔 생태계 확장에 활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