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느끼기엔 제 전공 ‘도시공학’과 지금 하고 있는 ‘외식업’이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도시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디에 사람이 모여드느냐’예요. 외식업이야말로 공간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죠.”

올해 서울 종로구에서 오픈한 이탈리아 베이커리 ‘아모르 나폴리’ 앞에 있는 도레도레의 김경하 대표./도레도레 제공

2006년 무지개 케이크의 원조 ‘도레도레’의 문을 연 김경하(39) 대표는 케이크뿐 아니라 공간도 판다는 생각으로 영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도레도레 케이크가 화려한 단면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자, 다양한 연령층이 카페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 2014년 마호가니를 열었다. 현재 도레도레는 전국 10곳, 마호가니는 15곳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종로구에 이탈리아 정통 디저트 매장인 ‘아모르 나폴리’ 1호점을 연 해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누구나 이탈리아 디저트를 떠올렸을 때 익숙하게 메뉴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케이크뿐 아니라 ‘공간’도 판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도 서울 신촌, 홍대, 합정 근방의 ‘카페 지도’까지 만들어 다닐 정도로 카페를 좋아했다. 좌판을 열어 초콜렛과 작은 디저트부터 팔아본 경험을 노하우 삼아 2006년 도레도레를 창업했다. 케이크 단면을 자르면 일곱 가지 무지개가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이 나타나는 ‘무지개 케이크’가 도레도레의 대표 메뉴였다. 당시만 해도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는 문화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때였다. 도레도레에서는 케이크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홀(whole)케이크를 커팅하는 연출로 손님들이 선물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아모르 나폴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료 그라니따와 접시에 놓인 마리또쪼, 바바. 모델의 손에 들려있는 까놀리.
아모르 나폴리의 내부 모습.
총 3층으로 이뤄진 아모르 나폴리의 외관.

브랜드 이름 ‘도레도레’의 ‘도레(Doré)’는 프랑스어로 ‘금빛’이라는 뜻이었다. 도레도레를 찾는 모든 이들이 황금빛 여유로 삶을 물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무지개 케이크의 인기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높아지자, 김 대표는 남녀노소 카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마호가니’를 창업했다. 아무 유행도 타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우드 톤으로 맞춰 편안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김 대표는 연세대 도시공학을 전공했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스마트시티 석사과정도 밟고 있다. 김 대표는 대규모 건물을 세우고 짓는 것뿐 아니라, 외식업처럼 작은 공간들을 이용해 사람들이 모이게 만들고, 새 상권을 구축해 나가는 것에 설렘을 느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도레도레는 공간 콘텐츠를 개발하는 라이프스타일 회사고, 앞으로 음식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를 소비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디저트의 본고장, 이탈리아 맛 구현

올해 김 대표는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3분 떨어진 곳에 ‘아모르 나폴리’라는 이탈리아 전문 베이커리를 열었다. 프랑스 국가지정 명장 김영훈 MOF와 2024년 젤라또 월드컵 준우승 박영수 셰프, 이탈리아 미슐랭 3스타 출신 김견준 셰프와 함께 남부 이탈리아의 음식을 판다. 국내에선 프랑스 디저트와 베이커리는 익숙하지만, 이탈리아 베이커리는 아직 생소하다. 이곳에선 튀긴 페이스트리 반죽을 튜브 모양으로 만들어 크림을 채워 놓은 ‘까놀리’, 밀가루와 효모로 만든 흰빵 ‘치아바타’, 설탕에 절인 과일과 건포도가 들어있는 ‘파네토네’ 등의 메뉴를 주력으로 한다.

아모르 나폴리는 이탈리아의 ‘슬로우 푸드’ 운동 가치를 담고 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1986년 음식 운동가 카를로 페트리니가 시작한 것으로, 미식의 즐거움과 여유로운 삶,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살아가는 식생활 문화 전체를 뜻한다. 김 대표는 “식음료 사업을 20년 가까이 했는데, 디저트 사업의 좀 더 근본을 다뤄보고 싶었다. 도레도레의 추구 방향이 금빛 따스한 여유인 것처럼, 각박하고 빠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리지만 정성이 담긴 남부 이탈리아의 정통 베이커리를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