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25자), ‘동탄시범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19자)…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들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990년대 평균 4.2자이던 아파트 이름은 2019년 9.84자까지 늘어났다. 건설사들이 고급화·차별화를 위해 브랜드명과 외래어를 끌어오면서 글자 수가 길어진 것이다.

아파트 이름에 브랜드명이 붙은 첫 사례는 2003년 3월 입주한 대림산업의 용인 기흥 ‘e편한세상’이다. 이후 온갖 외래어가 결합하면서 국적 불명의 아파트 이름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어머니가 못 찾도록 어렵게 만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파트 이름에 외래어가 난무하면서 우리말이 파괴되고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서울시가 대책을 내놨다. 쉽게 부르거나 외울 수 있는 아파트 이름이 자리잡도록 돕는 ‘아파트 이름 길라잡이’를 최근 펴낸 것이다. 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부터 학계 전문가·조합·건설사 등과 세 차례 토론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에서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에서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고유 지명 활용하기, 펫네임(애칭) 사용 자제하기, 적정 글자 수 지키기, 주민 의견 반영하는 제정 절차 이행하기 등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시대별 아파트 이름 변천사, 아파트 이름 제정 공론 과정, 아파트 이름 변경 판례 등도 부록으로 담았다.

책자는 각 구청과 조합 및 건설사에 공개·배포된다. 서울시 정비사업 홈페이지 정비몽땅 자료실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다만 가이드북에 담긴 내용은 건설사 등이 이름을 지을 때 권고되는 조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공공·민간건설사 11개사가 아파트 이름 개선 동참을 선언한 만큼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