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올라가면서 밤낮 일교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환절기의 우리 몸은 체온 유지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기(氣)와 혈(血)이 약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더욱이 나이 들면 신진대사가 저하돼 열 또한 잘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때 냉증(冷症)이 생긴다. 차가운 기운이 혈관을 수축시키면, 신체 기관에 도달하는 혈액 감소로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손발이 차고 저리며 △몸이 잘 붓고 △뼈마디가 쑤시며 △혈관 탄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고혈압 및 고지혈증의 위험이 커지고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포화지방산 풍부한 흑염소, 고지혈증·동맥경화 예방
흑염소는 환절기 대표 보양식으로 꼽힌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흑염소는 ‘몸을 따뜻하게 해 기운을 끌어올리고 마음마저 편하게 다스린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3저(低) 4고(高) 식품으로 꼽히는 흑염소는 지방·칼로리·콜레스테롤이 낮고 단백질·칼슘·철분·비타민 함량이 높다. 특히 지방 함량은 소고기의 1/6, 돼지고기의 1/4에 불과하다.
지방은 크게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으로 분류된다. 포화지방산은 심장 질환을 유발하고, 불포화지방산은 혈관을 깨끗하게 해 심장을 보호한다. 흑염소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은 △모세혈관을 확장해 혈관 노화를 막고 △중성지방과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춰 만성질환 예방에 좋다.
◇흑염소에 풍부한 아라키돈산, 당뇨 위험 46% 낮춰
아라키돈산은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해 혈당 균형을 조절하며 당뇨 위험도 낮춘다. 고혈당과 저혈당은 혈당 조절이 안 돼 발생한다. 이스턴핀란드 대학에서 남성 2189명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아라키돈산을 포함한 불포화지방산 농도가 높은 군(群)의 당뇨 발병 위험이 46% 낮았다. 모유 속에 많이 함유된 아라키돈산을 아연과 함께 섭취한 결과 △혈당 수치가 감소하고 △공급 중단 후에도 2주간 혈당 수치가 유지된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아라키돈산은 돼지고기와 소고기에도 들어있다. 하지만 함량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흑염소의 아라키돈산 함유량은 소고기보다 4배, 돼지고기보다 2배 이상 높다. 더불어 흑염소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그중 아르기닌은 혈관을 확장해 혈압 조절을 돕는다.
◇45세 이후 뼈 파괴 심해져…흑염소, 골 형성에 좋아
흑염소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다. 뼈가 약한 노년층이 섭취하면 좋은 식품이다. 뼈에는 뼈를 깎아내는 파골세포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있다. 문제는 45세 이후 골 파괴가 골 형성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파골세포는 뼈의 칼슘과 콜라겐까지 녹인다. 중년 이후 골다공증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흑염소 중탕 추출액은 조골세포의 증식을 늘리고,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증식은 억제한다.
흑염소는 한약재와 궁합이 좋아 함께 섭취하면 좋다. 실제로 흑염소에 우슬(牛膝)·황기(黃耆)·당귀(當歸) 등 한약재를 배합했더니 칼슘 함량이 유의적으로 증가했다. 이밖에 열을 내려주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칡도 흑염소와 궁합이 좋은 약재다.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우슬은 동의보감에 ‘무릎·허리·등의 통증을 낫게 해준다’고 기록돼 있다. 우슬은 사포닌이 풍부해 관절 염증을 완화해 준다. 또한 오골계 닭발엔 콜라겐이 풍부해 관절 건강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김순렬 한의학 박사는 “흑염소는 성질이 따뜻한 보양 식품으로 허약 체질을 개선하며 기운도 차오르게 한다”라며 “특히 토종 흑염소는 수입산보다 지방질 함량은 더 적고 단백질과 칼슘 및 철분은 더 풍부해 이롭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