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불어닥친 기후변화는 농업과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촌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 또한 식량 수급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인류 식량 위기의 해법은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접목, 즉 ‘애그테크(Ag-tech)’다. 애그테크는 스마트농업의 기반을 이루는 농업 관련 기술의 총칭이다.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농작물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적용하는 것이다.

식량 문제는 전 세계가 함께 짊어져야 할 당면 과제다. 메가 FTA(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의 확대로 무역 장벽을 낮추고, 애그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TA 시대 도약하는 K-농업’이라는 주제로 애그테크 기업 사례를 살펴보고 미래 농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어밸브 제공
작물 생육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어밸브가 설치한 스마트팜. 아이그리 시스템의 지속적인 작물 모니터링으로 재배 환경을 섬세하게 조절해 생산량 또한 극대화할 수 있다./어밸브 제공

농식품 투자 플랫폼인 애그펀더(AgFunde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농식품 분야 투자액은 296억달러(약 39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44% 급감했다. 투자 혹한기를 피해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스마트팜 분야에는 투자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00개 이상의 애그테크 관련 스타트업 투자가 이어졌으며, 누적 금액이 78억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농식품 분야 우수 벤처창업 기업을 발굴·홍보하기 위한 ‘이달의 에이(A)-벤처스’ 제44호 업체로 어밸브를 선정했다. 어밸브는 AI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판매하는 농업 스타트업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성으로 농식품부 등 12개 정부 부처가 분야별 혁신성장기업을 발굴·지원하는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도 선정됐다.

어밸브는 각종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베트남·태국 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어밸브의 해외 시장 진출은 국내에서 개발한 고유의 농업 기술을 수출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밸브 작물 재배 AI 솔루션 ‘아이그리(AIGRI)

1999년 딕슨 데포미에(Dickson Despommier)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수직 농경’ 개념에서 출발한 스마트팜은 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접목돼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어밸브의 시작도 AI였다. 기계공학에 머신러닝·AI·로봇제어 등을 접목한 박규태 공동대표는 첨단기술의 활용처로 스마트팜을 떠올렸다.

어밸브의 작물 재배 AI 솔루션인 ‘아이그리(AIGRI)’ 시스템은 농업 전문가의 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작물 위에 설치된 광각 카메라가 개별적인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면, AI 솔루션이 작물의 생육 이상 유무(有無)를 판단한다. 아이그리 시스템이 작물을 모니터링 해 농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대폭 줄이고, 재배 환경은 더욱 섬세하게 조절해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박 공동대표는 “AI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 수집이었다”고 밝혔다. 발달 형태가 가지각색인 수많은 작물에 대한 표준화된 데이터 기준이 없었던 탓이다. 업력(業歷)이 5년 정도인 어밸브는 현재 50종 이상의 작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아이그리 시스템이 분석한 작물의 생육 분석 결과는 어밸브의 자체 제작 대시보드에 실시간 업로드돼 농장 운영자가 확인할 수 있다. 병해충이 발생한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해 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확 예상 시기와 예상 수확량도 알려준다.

어밸브의 박규태(왼쪽), 이원준 공동 대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23년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다./어밸브 제공

◇베트남 새싹삼 스마트팜 등에 AI 솔루션 납품

국내에서 활발한 실증 연구로 검증된 어밸브 솔루션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어밸브는 ▲베트남 새싹삼·딸기 스마트팜 ▲태국 대마 스마트팜에 AI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다. 농업 기술력이 부족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어밸브의 AI 기술이 적용되면 고부가가치 작물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농산물의 직접 수출입은 유통 과정에서 상품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필연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스마트팜 기술 수출은 ▲해당 국가의 환경에 걸맞은 작물 생육 ▲꾸준한 기술 로열티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어밸브의 수출 사례는 한국형 스마트팜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으며 국내 농업 벤처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원준 공동대표는 “어밸브의 비전은 누구든지 손쉽게 고부가가치 작물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해외 시장 진출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밝혔다.

제작지원 : 2023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