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023년 ‘아이가 행복입니다-해피투게더 경북’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 ‘해피 투게더를 위한 지역소멸 위기 대응 전략’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유쾌한 분위기의 강연이었지만, 김 부위원장은 “폭풍의 가운데에 작은 돌 하나 던지는 기분”이라고 저출산 문제에 도전하는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작은 돌’에 해당하는 저출산 대책에는 ▲양육비용 줄이기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해결 ▲수도권 집중현상 완화와 지역소멸 위기 해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다양한 수치로 지역소멸 위기와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짚으며 “지역소멸 위기 대응이야말로 저출산·고령사회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리처드 이스터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의 삶이 희망적일 때 출산을 선택한다”는 말을 했다.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는 ‘자녀가 나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며, 이것이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저출산의 해법인 셈이다. 저출산을 ‘젊은 세대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김 부위원장은 “저출산은 사회환경 문화 전반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어렵다”며 “현재의 중장년층은 요즘 젊은 세대가 오히려 합리적이고 책임감이 강해서 아이를 못 낳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세 번의 인구 절벽을 거쳤다. 1차는 1983년이었으며, 인구억제정책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 2.06명의 저출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2차는 2001년 IMF 시대를 거치면서 나타났다. 결혼과 출산 연기·기피가 늘어나며 ‘초저출산’으로 합계출산율이 1.31명까지 떨어졌다. 3차는 ‘초저출산’보다 더한 ‘극저출산’ 시기의 시작인 2017년이다. 합계출산율 1.05명이라는 수치는 혼인율이 지속하락하는 것은 물론, 기혼 부부 출산율까지 감소하며 나타났다. 과거에는 결혼이 대부분 출산으로 이어졌지만, 이때부터는 기혼자들도 아이를 낳지 않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이 3단계를 지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 됐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의 출산율로는 2070년 한국 인구가 약 2700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어, 인구 감소에 대한 여러 대비책 또한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 대비의 핵심에 ‘지역소멸 위기 대처’가 있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2010년까지는 없었던 ‘지역소멸 고위험 지역’이 지난해 3월에는 전국 지역의 49.6%에 해당하는 113곳이다. 2047년에는 157곳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역소멸의 가속화 원인은 ‘수도권 집중현상’이다. 전체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지난해 기준 인구의 50.3%와 청년인구의 55.0%가 집중돼 있다. 또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분포해 있다. 김 부위원장은 사람들을 새에 비유하며 “먹이가 없어서 서울로 갔지만, 서울에는 둥지가 없어서 알을 낳을 수 없다”고 표현했다.
지역소멸 위기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우선 의료 접근성이 낮아지고, 삶의 질 하락은 청년 유출로 연결되며 악순환을 낳는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6월 경북 청도 등 7개 대상지 선정과 함께 ‘지역활력타운’ 조성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주거지뿐 아니라 실외체육시설·주민자치공간·창업공간·문화체육시설 등이 함께하는 생활 기반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 활성 ▲지방 청년 고용 실적 등에 기업 세제 혜택 연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적 산업 이전 유도 ▲지역 생활 기반 확충 등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대책들이다. 이와 같은 대책들을 언급하면서도 김 부위원장은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모든 지자체가 기업과 청년 유치에 성공하기는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또 “천편일률적 시범사업이 아니라 ‘각 지역 매력 브랜딩’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와 혜택을 보여줘야만 지역이 살아난다”고 궁극적인 대안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