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생산 글로벌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 재활용과 함께 앞으로 50년간 성장을 이끌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정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배터리 산업의 국내 공급망 완성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니켈 제련, 전구체 및 동박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에선 우선 음극재의 주요 소재인 전기 동박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주요 배터리 제조 업체들과 품질 인증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 중으로, 올 연말 첫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고려아연은 2020년 3월 동박 제조 전문 자회사 케이잼(KZAM)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약 22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만3000t 규모 생산 설비를 완공했다. 또 같은 해 8월 이사회에서 케이잼의 7356억원 규모 투자를 승인하면서, 2027년까지 국내에 연간 6만t 생산 규모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1차 증설로 지난 4월부터 3만t 규모 시설로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업을 추진하는 고려아연은 동박 제조에 사용하는 동(구리)을 모두 재활용 원료로 조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의 기존 주력 사업인 아연과 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중 하나인 동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과 달리 별도의 동 정광(순도가 높은 동 광석)이나 동 스크랩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고려아연은 폐전자제품의 PCB(인쇄 회로 기판) 등에서도 자원 재활용 작업을 거쳐 필요한 동을 추가로 뽑아내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재활용 원료를 활용할 경우 동 정광을 제련하거나 고순도 동 스크랩으로 만들어진 동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며 “미국·유럽 시장에서 요구되는 친환경적 사양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7월 미국의 전자 폐기물 전문 리사이클링 기업인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를 통해 중장기적인 친환경 동박 생산 밸류체인도 만들고 있다. 이그니오 홀딩스는 동을 비롯해 유가금속이 다량 포함된 폐전자제품을 회수하고, 리사이클링할 수 있는 수집망을 미국과 유럽에 보유 중이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폐PCB를 처리할 능력도 갖췄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의 독자 기술로 추출된 높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갖춘 양질의 리사이클링 동을 원료로 현재 연 3만t 생산 규모의 동 제련 생산 역량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잼 공장이 있는 울산이 이차전지 분야 국가 첨단 전략 산업 특화 단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클러스터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창사 이래 처음 ‘타운홀 미팅’을 갖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경영 비전은 그동안 고려아연이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앞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들을 고민하고 모아보니 생겨난 개념”이라며 “우리가 함께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정진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