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이순희 구청장(62)이 지난 1년간 시행한 정책중 호평받는 것 중 하나가 빌라관리소 사업이다. 저층 노후 주택을 한데 묶어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를 두고 청소, 순찰, 주차관리 등 서비스를 지원해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강북구는 내년부터 미아·수유 권역별로 1개소씩 추가 설치하고 향후 모든 동에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사례를 보고 도봉·노원 등 인접한 구와 부천시·서울시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강북구를 방문했다. 이 구청장은 “빌라관리소는 당선전부터 내가 사는 번1동 골목길을 걷다가 아침이면 쓰레기 문제로, 저녁에는 주차 시비로 바람 잘날 없는 것을 보며 해결책을 찾다 나온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한 사안을 구청장으로서 해결한 셈이다.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과 인터뷰 중인 이순희 강북구청장. /강북구

이순희 구청장의 행적을 보면 지난 1년동안 시행한 정책들이 다 궤를 같이 한다. 구민입장에서 뭐가 부족하고 아쉬울까를 생각해 구청이 먼저 손을 쓰는 것이다. 강북구의 30년 숙원인 고도제한의 해법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삼양동 일대를 돌다가 아직 연탄을 때고 있는 집들을 보며 “재개발을 미룰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구릉지가 많은 강북구의 특성상 일률적인 기준이 아닌 지대 높이에 따라 층수를 완화하는 합리성이 필요하지 않냐”며 설득했다.

침체된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지난 4월 개최한 ‘우이천 벚꽃축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다. 매년 봄이 되면 상춘객들로 붐비는 우이천 일대를 백년시장 등 지역 상권과 연계해 살려보자는 게 그의 구상이었다. 축제 당시 예상보다 벚꽃 개화가 빨라 만발한 벚꽃을 볼 수 없었음에도 축제 기간 3일 동안 2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백년시장 안에 있는 점포는 평소와 대비해 매출이 250% 넘게 폭증하며 톡톡한 효과를 봤다.

이 구청장은 “우이천 축제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자 지역 축제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오는 9월에는 우이천에서 맥주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우이천 벚꽃축제가 열리는 우이천 일대 전경. /강북구

야심찬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와 지난 5월 우호협력의향서를 체결한 강북구는 올해 하반기 중 와인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북한산 자락에서 여는 와인축제라면, 뭔가 그럴듯하다는 느낌이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성신여대 인근 상권에 보르도의 유명 와인체인을 옮겨와 학생들과 인접 도시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거점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의 이런 다양하고도 화려한 구상은 ‘강북구에 사람이 모이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서울 북쪽 끝이고, 북한산 외에 가볼 곳이 없는 곳이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재개발되고, 각종 볼만한 축제가 어우러지면 일부러 사람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변방’의 이미지도 벗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로선 ‘그 먼 곳’에 가기가 좀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통망 확충이 강북구의 향후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 자연스럽다.

이 구청장은 “경전철인 신강북선은 저의 1호 공약 사업”이라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 변경계획에 신강북선 착공을 포함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데 한 달여 만에 20만 명이 넘는 구민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