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대한민국 식품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1단계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후 15년 만에 2단계가 국가 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되면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농식품 분야 기술 혁신과 해외 수출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는 식품전문 국가산업단지다. 새로 조성되는 2단계는 ICT 기술과 문화가 접목된 식품 문화 복합 산단으로 ‘식품 6차 산업화’를 견인한다. 익산시는 2단계 사업이 완공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농식품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26일 “그린바이오, 농생명 분야와 연계한 클러스터 구축으로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네덜란드 푸드밸리, 미국 나파밸리 등 세계 유명 식품산업단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ICT 기술 접목 ‘푸드테크’ 조성·신산업 육성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는 2028년까지 207만㎡(63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사업비는 3855억원에 달한다. 2단계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식품산업의 생산-가공-유통-서비스 과정에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푸드테크’를 접목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대체 식품, 메디 푸드 등 푸드테크 기반 미래 유망 식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익산시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12개 기업 지원 시설과 협력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수출 중심의 한국형 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생산과 지원, 문화가 결합한 미래형 신산업단지로 2단계를 조성할 예정이다”고 했다.
기존 1단계가 식품 제조 중심이라면 2단계는 미래형 산단이다. 견학과 전시, 체험이 가능한 식품 문화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해 국내·외 산업 성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식품시장의 新 중심’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영세한 국내 식품기업을 앵커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전문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는 게 익산시의 설명이다.
◇1단계 성공적 마무리, 식품 수도 성장 동력 마련
국가식품클러스터 1단계는 232만여㎡(70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현재 126개 기업이 계약을 체결해 78.8%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으며 108개 공장(벤처기업 포함)이 입주해 운영 중이다.
이들의 연평균 매출액은 약 52억원으로 국내 식품산업 평균 매출액 16억원보다 3.3배 높다. 5년 평균 매출 성장률도 7.1%로 국내 식품산업 평균보다 5배가량 높다.
국가식품클러스터 1단계에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오는 2025년이면 분양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분양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사업효과가 나타나게 되면 약 4조원의 생산유발효과, 2만20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익산시는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연말까지 2단계 산업단지계획 승인 고시를 확정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시행자가 선정되면 산업단지 공사 기간까지 포함해 약 5년 후엔 완공될 예정이다.
산단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1단계와 함께 다양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 산업단지 총 투자액만 약 2조8000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약 5조3500억원, 1만80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시장 급성장…맞춤형 전략으로 ‘2단계’ 선정
현재 세계 식품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전체 제조업 GDP 대비 식품산업이 17.8%를 차지하는 등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어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식품시장이 확대되자 익산시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식품산업 클러스터진흥원을 비롯해 12개 기업지원시설, 126개 식품기업을 유치했다.
지난해 8월부터 국토교통부의 신규 국가 산단 후보지 공모를 준비하기 위해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사업 수요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전국 80여개 기업에서 입주 의사를 표명했고, 익산시는 이를 토대로 국가 산단 공모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국토교통부의 현장 심사 등을 거쳐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가 국가첨단산단으로 선정됐다.
◇식품산업과 연계한 익산형 일자리
익산시는 3915억원이 투입되는 ‘익산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지역의 대표 산업인 농업과 식품 분야 생태계 전반을 강화한다. 시는 익산형 일자리를 구상하면서 자동차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만든 기존 상생형 일자리와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업과 식품이 결합된 ‘농식품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 참여 기업뿐 아니라 농가 이익도 보장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익산시의 구상이다.
익산형 일자리 사업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지역 향토 대기업 하림 등이 참여한다. 하림그룹(하림푸드, 하림산업)은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익산 제4산업단지에 3915억원을 투자해 645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림푸드의 경우 올해 2688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5만3000여㎡ 규모의 공장을 건립하고 23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식품기업 20곳은 협력 기업으로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현재 10~30%에 불과한 지역 농산물 사용 비중을 오는 2027년에는 50%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식품 기업들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할 수 있고 지역 농가는 고정적인 판로가 생기기 때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익산시는 기업의 경영 안정화와 정주 여건 개선,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이번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익산시는 정부의 핵심 일자리 사업인 ‘지방주도형 투자 일자리’에 ‘익산형 일자리’가 선정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주도형 투자 일자리’는 지역의 경제주체(노·사·민·정)들이 고용, 투자, 복리후생 등을 논의해 일자리를 창출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적·재정적 패키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어져 온 국가의 핵심적인 일자리 사업이다.
정헌율 시장은 “익산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농산물의 판매망을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익산=김정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