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이다. 4월에 나무 심을 때면 생각난다. 따뜻한 봄날 큰 나무 아래 벤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책 읽는 꿈에 젖어 나무를 심었다.

남성현 산림청장

처음 식목일에 나무를 심은 것은 중학교 때이다. 당시 공휴일이어서 수업은 하지 않고 산에 올라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978년 산림청에 들어와 처음으로 식목일 행사를 함께했다. 1978년은 1973년 수립한 ‘제1차 국토녹화(綠化) 10개년 계획’을 4년 앞당겨 완료한 해이다. 마을과 직장, 가정과 단체, 기관과 학교를 통해 모든 국민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토를 녹화하기 위하여 지난해까지 심은 나무는 약 120억 그루에 이른다. 산에 있는 나무의 양은 1972년에 비해 2020년 15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국토녹화를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50년 동안 나는 민둥산이 푸른 산이 되었던 것처럼 계획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았다. 이제 나의 소원은 국토녹화 성공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더욱더 잘사는 나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녹색성장을 견인하는 ‘경제임업’을 실현해 나간다. 2020년 우리나라 나무의 양은 165㎥/ha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을 상회하나, 임도(林道) 등 산림경영 인프라 부족으로 목재 수요량의 84%인 연 6조원어치를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임업 선진국 수준으로 임도·임업기계 등을 확충해 2070년까지 목재 수요량의 50%를 국산 목재로 충당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탄소중립과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는 ‘환경임업’을 실현해 나간다. 최근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산림의 역할과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산림경영과 보전·복원 및 국산 목재·바이오매스 이용으로 산림에서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특히 생물 다양성 증진으로 산림의 공익가치를 현재 259조원에서 2070년 60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전 국민이 평생 산림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임업’을 실현해 나간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숲 교육과 산림치유 등 산림복지서비스를 강화하고 ‘산촌재생 뉴딜사업’으로 친환경적인 산촌 주거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멸 위기의 산촌을 지역 균형 발전의 거점으로 전환한다. 미세먼지·열섬 현상 등 각종 도시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 숲도 확충하고 국민 누구나 누리는 생활 속 정원문화를 확산할 것이다.

이외에도 산불·산사태 등 산림재난 최소화로 국민의 안전을 증진하고, 국가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국제산림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첨단 과학기술로 지능형 정밀 산림관리를 실현해 세계 5대 산림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하나가 있다. 바로 산불 예방이다. 한순간의 산불로 오랫동안 가꾸어 온 숲과 나무들이 잿더미가 된다. 산불은 언제 어디서든 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국민 모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숲으로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되어 산불 걱정 없이 4월의 노래를 부르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봄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