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질환은 조현병, 파킨슨병, 뇌전증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더욱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에 심각성을 더한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단 6곳이다.
이중 한 곳이 바로 삼성서울병원이다. 여기선 뇌 수술에 필요한 의료로봇 카이메로’를 활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수술 부위를 최단경로로 확인, 최소 침습을 통해 환자의 신체 손상을 줄여 수술 성공률을 높였다.
뇌 질환 환자 수가 급증하는 요즘, 카이메로 수술 100여 건 이상 경험을 갖고 있는 이정일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를2월 28일 만났다.
―현재 국내 뇌 질환 환자 현황이 궁금하다.
“과거와 달리 고혈압성 뇌출혈 사례는 현저히 줄었다. 반면,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생기는 뇌경색과 전이성 뇌종양 사례는 많이 증가했다. 요즘 고령화 사회란 말이 나오듯이 알츠하이머를 비롯해 파킨슨병을 앓는 이도 많아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 중 하나로 카이메로가 거론되고 있다.
“뇌 질환 수술은 난도가 높다. 과거엔 오롯이 의사 혼자 수술을 감행했다면, 이젠 보조로봇이 의사의 손과 발이 돼 돕는다. 카이메로의 가장 큰 특징은 ‘내비게이션 플랫폼’과 ‘자동입체 정위 시스템’이다. 우리가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길을 찾듯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찍은 환자의 뇌 사진을 내비게이션 화면에 입력한 후 자동입체 정위 시스템을 통해 수술 부위와 경로를 쉽게 찾아내는 것이다. 거의 모든 뇌 질환에 쓰일 수 있으며, 수술 오차 범위를 줄인 덕분에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흥미롭다. 혹시 활용이 어려운 환자가 따로 있는가.
“물론 병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까진 특별히 제한되는 경우는 없었다.”
―카이메로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데….
“국내에선 처음 만들어진 장비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카이메로는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과제를 계기로 고영테크놀러지가 개발에 착수한 결과물이다. 약 2년간 국내 임상시험을 끝내고 2021년 7월, 우리 병원에 도입돼 현재까지 뇌 수술 치료에 활용 중이다. 해외에선 이미 여러 수술용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방금 해외에서도 뇌 수술용 장비로 개발된 로봇이 있다고 했다. 그럼 국산 수술용 로봇인 카이메로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신경외과에서 하는 치료 중에 뇌심부자극술이 있다. 쉽게 말해 감각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핵 부위에 전기자극 장치를 넣은 후 문제를 유발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수술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정확도다. 작은 오차 하나로 수술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인데, 카이메로는 이 변수를 막는데 탁월하다.”
―그간 수술을 하면서 기억나는 환자가 있는가.
“미국과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온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당시 환자들이 수술 결과에 크게 만족했고, 이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활용했기에 치료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 우리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워졌단 점을 실감했다.”
―수술용 로봇이 국내 의료현장에 도입됨에 따라 향후 환자 치료는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일반적으로 뇌 수술은 목숨을 잃을 정도의 위험이 동반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뇌 수술을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카이메로와 같은 수술용 로봇을 사용하면 수술 성공률이 확연히 올라간다. 그만큼 수술 결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치료 예후가 좋다 보니 환자들이 좀 더 담당의를 믿고 뇌 수술을 받아 가족과 보낼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