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노티드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클래식 바닐라 도넛. 달콤한 도넛의 맛과, 도넛의 맛을 떠올릴 때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낸 스마일 캐릭터가 알려지면서 ‘노티드’는SNS를 장악하는 파워 브랜드가 됐다. /GFFG 제공

#오픈런 #웨이팅필수 #힙맛집 #하태하태….

문 열기도 전에 손님들이 줄부터 서는 식당일수록 다녀온 사람들의 ‘인증샷’엔 이런 해시태그가 붙기 마련이다. GFFG는 이런 인스타그램을 뒤흔든 ‘오픈런’ 맛집을 대표하는 식당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회사다. 현재 이 회사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는 총 9개. ‘노티드’ ‘다운타우너’ ‘리틀넥’ ‘웍셔너리’ ‘클랩피자’ ‘키마스시’ ‘호족반’ ‘애니오케이션’ ‘오픈엔드’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히 줄서는 맛집을 넘어서는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푸드 IP를 바탕으로 만든 각종 굿즈·리빙 제품까지 팔려나간다. 지난 달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이준범 GFFG 대표를 만나 ‘오픈런을 빚는 브랜드 파워’를 만드는 법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음식도 식당도 인테리어도 결국은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면 비결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줄 세우는 비결? ‘콘텐츠’에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16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2014년 이태원 경리단길에 수제 버거집 오베이(다운타우너 전신)를 열며 외식업계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외식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본래는 패션회사에서 영업을 뛰었다. 도매 시장을 돌며 매일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를 쫓아가야 하는 일이 잘 맞지 않았다. 재고 부담도 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다시금 고민했다. 미국 유학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아메리칸 감성의 수제버거 집을 열어보자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작은 평수에서 5~6명 정도의 인원이 오순도순 일했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다”면서 “손님들이 블로그·인스타에 후기를 남기면 텍스트 속 단어 하나하나를 다 분석해 그 피드백을 현장에 반영하려고 했다. 본래 나는 통계학·경제학 전공이고, 학창시절에도 항상 뭔가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성향이 뜻밖에도 이런 사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GFFG는 ‘좋은 음식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Good food for Good)’이라는 뜻으로 2017년 설립했다. 2017년은 도산공원 근처에 카페 노티드 청담점을 연 해이기도 하다. 크림이 터질 듯 가득 담긴 도넛은 그 비주얼 하나만으로 SNS를 장악, “도넛 하나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한 시간씩 선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카페 노티드를 열 때부터 음식 본연의 맛만 생각하질 않았던 것이 비결이었던 것 같다. 남들과는 다르게 접근했다”면서 미국 디즈니랜드에 가족들과 놀러갔을 때 얘기를 꺼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분위기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카페 노티드가 사실 처음부터 성공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초창기의 카페 노티드는 예상만큼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매장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고. “이럴 때일수록 많이 웃어야 한다”고 이 대표는 직원들을 독려했고, 프랑스어와 인테리어를 전공한 이 대표의 아내(현재 부대표·CCO)는 이 대표의 이런 말을 들으면서 ‘웃자’라는 콘셉트를 모티브 삼아 스마일 캐릭터를 만들었다. 달콤한 도넛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대표는 “도넛 박스를 열 때 고객이 기분이 좋도록 크림을 많이 넣었던 것,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만족감을 캐릭터로도 묘사하려고 했던 것, 이 모든 것을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통일된 콘텐츠로 승화시키려고 했던 것이 결국엔 고객을 불러 모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확실하지 않을 땐 움직이지 않는다”

GFFG의 외식 브랜드는 한동안 백화점 F&B 담당자들이 ‘러브콜’을 해도 쉽게 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었다. 카페 노티드·다운타우너 같은 브랜드가 몇몇 백화점에 입점을 했음에도 이 같은 얘기는 계속됐다. 올해 연말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플래그십 스토어 ‘노티드월드’를 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유통업계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던 이유다.

이 대표는 “콧대 높아 보이려고 입점을 거절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백화점의 경우에도 적합하다면 입점을 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중심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신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기본적인 테마와 콘셉트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날 때까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같은 유통채널에 출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어떤 브랜드 전략이 완벽하게 세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하면 그 유통업체가 원하는 방향에 치우치게 될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는 위험도 크다”면서 “아직 초창기 회사로선 백화점·쇼핑몰에 입점해 비용을 쓰기 보다는 기존의 로드샵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령 매장을 오래 운영하다 보면 타일 같은 것이 군데군데 깨진다. 이런 것 하나하나까지 꾸준히 관리하고 투자하지 않으면 처음 컨디션을 유지할 수가 없다. 이런 운영에 대한 노하우 없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들어가면 금세 브랜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경우엔 ‘노티드월드’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해줘서 입점하게 됐다.”

(위부터) 지난 달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만난 이준범 대표. 그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안겨주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리틀넥’ ‘클랩피자’ ‘다운타우너’ ‘호족반’ 매장 전경. /김지호 기자·GFFG 제공

◇”매듭을 짓듯이…사람을 연결한다”

경리단길의 흥망성쇠는 일종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수제버거 집 운영할 때 옆에 추러스 맛집이 있었다. 그 집이 잘 되면서 우리 가게도 잘 됐고 동반성장했는데, 나중에 경리단길로 골목이 유명해지면서 작은 가게들이 설 곳을 잃었다. 그때 ‘차라리 청담동에 가서 새 그림을 짜보자’고 생각했다. 청담동으로 옮겨 수제버거 ‘다운타우너’를 냈고, 고객들이 후식으로 디저트를 먹을 곳이 필요할 것 같아서 ‘노티드’를 냈다. 노티드가 인기를 얻자 트렌드를 반영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에 ‘리틀넥’을 냈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서비스를 교육했고 이들의 역할을 확장시키면서 다른 브랜드 운영을 차근차근 맡겼다. 일부러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한 골목 상권이 확 떴다가 대기업이 들어와 가라앉는 것을 오히려 방지할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매장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연결해서 세우면 그 골목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GFFG의 작년 매출은 700억원. 매년 매출이 2배씩 늘고 있다. 노티드와 K-바비큐의 대표 주자인 호족반을 앞세워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는 공격적으로 시도할 생각”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외식업뿐 아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본래 노티드(knotted)는 매듭을 지었다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콘텐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넛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껴안고 잘 수 있는 인형, 슈가베어도 만들었다. 디즈니랜드에 가면 콘텐츠가 잘 정리된 푸드코트를 볼 수 있다. 잠실점 ‘노티드월드’도 그런 공간으로 꾸며보고 싶다. 공간에서 얻는 행복을 연출하는 것이다. 확장에 확장, 연결에 연결을 거듭하는 회사. GFFG는 그런 회사이길 원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