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습과 애완용에 머물렀던 곤충자원의 활용 범위가 식품·사료·화장품·의약 소재 등으로 크게 확대됐다. 곤충 관련 산업 역시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곤충산업의 성장세 및 분야 확대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곤충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곤충 원물(元物) 판매액은 446억원에 달하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수치이다. 이 중 식용곤충의 판매액은 231억원, 사료용 곤충은 109억원이다. 두 분야의 곤충 판매액이 전체의 76.2%에 해당한다.
9월 7일 ‘곤충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활로(活路)로 자리 잡고 있는 곤충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식용·사료용 분야 중심으로 짚어본다.
◇유용하지만 낯선 ‘식용곤충’,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넘을까?
현재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 사용 가능한 곤충은 총 10종(흰점박이꽃무지 유충,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장수풍뎅이 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번데기, 풀무치)이다.
곤충 식품은 영양소가 풍부하고, 생산 과정이 친환경·경제적이다. 영양학적으로 곤충은 구성 성분의 58~80%가 단백질이다. 곤충은 동일 중량의 소·돼지·닭 등 기존 육류 단백질원(原)과 비교했을 때 단백질을 최소 2배 이상 함유하고 있으며, 식이섬유·비타민도 풍부하다. 환경 측면에서 기존 가축보다 물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절감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주요 식용곤충(흰점박이꽃무지 유충, 갈색거저리 유충)은 평균 사육 기간이 3개월로 짧다. 반면 생산량은 소·돼지의 수십 배에 달해 농장 경영주들에게도 매력적인 품목이다.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평균 120만원 이상이 드는 반면, 같은 양의 식용곤충은 20만원대에 불과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3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곤충을 ‘작은 가축’이라 일컬으며, 미래의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지목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롯데제과가 캐나다의 식용곤충 가공 기업(귀뚜라미 가공 기업 ‘아스파이어’)에 100억원 규모로 투자하며 식용곤충 시장 진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가 미래 먹거리인 식용곤충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식용곤충 산업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은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다. 현재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곤충 식품의 기능성을 발굴하고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농촌진흥청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암 수술 환자 대상으로 갈색거저리 섭취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갈색거저리 활용 환자식이 환자의 면역력 증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곤충을 미래 먹거리로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블루오션 ‘사료용 곤충 시장’의 현황
사료용 곤충 시장은 식용곤충 시장과 더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료에 대해서는 식용곤충 산업의 가장 큰 장애물인 소비자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곤충은 ▲영양소 조성이 우수하고 ▲번식과 성장이 빠르며 ▲사육 시 항생제가 필요 없고 ▲사람과 공유하는 질병도 없다. 이런 점에서 우수하고 안전한 사료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료용 곤충은 ‘아메리카동애등에’로, 국내에서도 동애등에를 활용한 자원순환 모델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동애등에는 음식폐기물을 원료로 한 습식사료를 먹이원으로 한다. 사료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곤충유(油)는 바이오 디젤로 활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버릴 게 없는’ 생물인 셈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광어 양식에 동애등에 곤충사료를 적용하는 사전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 결과, 곤충사료를 먹인 광어는 일반 사료인 ‘어분(魚粉·생선 전체 또는 일부를 증기로 찌고 압착해 액즙을 제거하고 고형 부분을 건조해 분쇄한 것)’을 먹은 광어보다 중량이 17%, 생존율이 20% 향상됐다. 곤충배합사료를 먹인 광어에서만 면역 강화 성분인 라우릭산이 검출되기도 했다.
사료용 곤충 시장은 이제 반려동물 대상 펫푸드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료용 곤충업계는 풍부한 영양과 기능을 내세워 영양식·간식 등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곤충류 사료 기업인 엔토모는 ‘곤충 단백질을 이용한 면역증강 반려동물 사료 제조’ 등 식용곤충에 관련된 26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했다. 2019년에는 제일사료에서 곤충을 이용한 동물병원 전용 아토피 처방식까지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곤충산업에서 ‘규모의 경제’가 꼭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곤충사료 기업 CIEF의 강승호 기술연구소장은 “곤충사료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먼저 인정하지만, 아직 이 분야 산업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만큼, 체계적인 투자를 통한 관련 산업 성장이 꼭 필요하다”고 현실을 알렸다.
곤충 대량 사육으로 화장품·식품·사료·비료 등에 쓰이는 다양한 산업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KEIL의 김용욱 대표 역시 “곤충 대량사육은 소재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산 등을 소재화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지만,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물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료 산업 전반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