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민간 재건축 용적률 최대 500%’ 공약을 발표했다. 당선자 확정 이후 이 공약을 두고 수도권 단지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용적률 제한 때문에 리모델링을 논의하던 단지에서도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꾸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을 할 수만 있다면 리모델링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공약으로 발표했다고 해도 모든 아파트 단지가 용적률 500%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일부 몇몇 단지만 수혜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기간 중 재건축 용적률 500%, 안전진단 면제 공약 발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주택공급을 늘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시키겠다고 공약을 내놓았다. 용적률 법정 상한을 현행 300%에서 500%까지 높이는 규제완화가 대표적이다. 또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완화와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과 함께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으로 꼽힌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강남과 잠실,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은 물론 분당·평촌·일산 등 1기 신도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유세 당시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 완화’를 약속한 바 있고, 1기 신도시에는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35층 룰 규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윤 당선자의 공약에 35층 룰이 폐지까지 더해지면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크게 높아진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5층 룰이 없어졌어도 실제로 50층까지 건물을 올리려면 용적률 완화가 필수적”이라면서 “여야 주요 후보가 입을 모아 용적률 완화를 약속한 만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용적률 확대 수혜단지는 소수에 그칠 가능성 높아
기존 재건축 추진 단지 뿐 아니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던 단지에서도 재건축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용적률 제한에 어쩔 수 없이 리모델링을 선택했거나,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격론을 벌이던 단지에서 재건축 쪽으로 민심이 기울고 있는 것.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는 지난달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기까지 했지만 최근 재건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1992년 준공된 이 단지는 최대 15층, 11개 동, 1758가구다. 현재 최대 18층 1988가구로 수직증축 하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현재 송파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성원대치2단지 주민 A씨는 “당초에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수익성이 부족하고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려워서 위험부담이 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었다”면서 “윤 당선인 공약대로 용적률이 완화되고 정밀안전진단이 면제되면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과 3호선 대청역 더블역세권인 우리 단지가 재건축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1기 신도시 등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반대하고 재건축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동의서를 걷고 있는 안양 평촌 H아파트 주민 B씨는 “안 그래도 노년층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반대 목소리가 높았는데 재건축 완화 이야기가 나오고부터는 동의서를 걷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윤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놓은 ‘재건축 용적률 500% 완화’는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극소수의 일부 아파트만 수혜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의 용적률을 500%로 올릴 경우 교통 등 생활 인프라 부족과 일조권 침해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심 재건축·재개발 단지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500% 허용하기는 쉽지 않아 몇몇 단지만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에선 이보다는 안전진단이나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따른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