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순이익 1조447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내 최고 증권사로서 증시 활성화에 따른 수혜를 오롯이 받은 덕이다. 디지털 혁신 및 해외시장 개척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며 자본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일 한국투자증권은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연결 제무재표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4.4% 증가한 1조4474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2889억원으로 전년 대비 69.4%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7조1510억원으로 1년 만에 1조3373억원 늘어났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3%로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최초로 20% 벽을 넘어섰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여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내실 있는 성장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권사 재무건전성의 기준이 되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240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한층 높아졌다.
이처럼 좋은 실적은 수익 구조 다변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가능했다. 기업공개(IPO)·유상증자·회사채발행 등 기업금융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수익이 크게 증가했고, 해외주식 거래 활성화와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로 위탁매매 부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수년간 디지털 환경에 초점을 맞춘 혁신금융서비스를 연달아 출시하며 금융권 내 가장 발빠른 변화를 보여 왔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ministock)’이 대표적이다. 주식은 반드시 1주 단위로 매매해야만 한다는 기존 상식을 깬 이 모바일 앱은 가용 자금이 많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에는 ‘온라인 금융상품권’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주식이나 채권, 펀드, 발행어음 등 각종 금융상품을 액면가만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최초의 상품권으로, 커피쿠폰처럼 간편하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e쿠폰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600만장 가까이 팔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초 선보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모이다(moida)’도 있다. 평소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실물 상품에 붙은 바코드를 스캔하면 관련 기업 주가 및 투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각지에 위치한 현지법인을 통해 굵직한 실적을 쌓아 올리며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떼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 설립한 법인(KIS US)은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입증하며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홍콩 및 동남아의 각 현지법인들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국내외에서 쌓은 기업금융 노하우와 전문 역량으로 글로벌 PE(사모펀드) 및 IB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채권발행, 인수·합병, 대체투자 등 다양한 기업금융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글로벌 IB 도약을 위해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