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친환경 차량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역풍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위기에도 전기차 시장만큼은 무풍지대이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 핵심 부품인 ‘2차 전지’ 관련 기업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03년 엔지니어 출신 김준섭 대표가 설립한 피엔티도 그중 한 곳이다. 일본 업체가 국내 시장을 석권한 전극 공정 장비 부분에서 피엔티는 국내 기술력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피엔티는 2009년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롤투롤(Roll-to-Roll)’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며 현재 ‘대한민국 2차 전지 장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일본 기업들이 주도해온 ‘롤투롤’ 국산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수상
피엔티는 2차 전지의 4대 핵심 소재(분리막·음극재·양극재·전해액) 중 분리막·음극재·양극재를 생산하는 필수 장비인 롤투롤 부문 선도 기업이다. 현재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2차 전지 전극 공정 중 믹싱(mixing)을 제외한 코팅(coating)·롤프레싱(roll pressing)·슬리팅(slitting)·노칭기·코파파일(동박) 등 전 과정의 생산설비를 수주 제작한다.
롤투롤 기술은 필름·동박(구리호일) 등 얇은 소재를 회전 롤에 감으면서 특정 물질을 도포해 새로운 기능까지 갖게 하는 공법이다. ▲롤과 롤 사이에 알루미늄 또는 동박을 올리고 소재를 도포한 뒤 말려주는 코팅 장비 ▲코팅된 물질을 롤과 롤 사이에 정확한 압력으로 얇게 펴주는 롤프레스 장비 등이 피엔티의 주요 제품이다. 피엔티의 고난도 기술력이 적용된 코팅 장비 및 롤프레스 장비는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모델로 개발됐다. 피엔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50%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고속·광폭(廣幅) 등 고속화 설비 제작에 대한 고난도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주도해온 롤투롤 장비를 피엔티가 국산화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그 공로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57회 무역의 날에 2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설립 초기부터 외산 장비 국산화에 주력, 내년 4공장 개설 앞둬
피엔티가 롤투롤 장비 분야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선 데는 30년간 한 우물만 판 김 대표의 뚝심이 있다. 김 대표는 테이프·전지 제작용 슬리터(slitter·직선 전단기) 생산 업체인 서통테크놀로지 기술팀에 근무하며 롤투롤 공정과 장비 노하우를 쌓았다. 피엔티를 설립하며 국산 장비 개발에 몰두했고, 그 결과 ▲2005년 수입 설비였던 프리즘 라인 국산화 ▲2008년 연성동박적층판(FCCL) 라인 설비 국산화에 성공하며 연구·개발(R&D) 역량을 축적했다. 이후 2차 전지, 반도체, 웨이퍼(wafer·반도체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로 산업군(群)을 확대해 나갔다.
피엔티는 매출 70% 이상이 2차 전지 사업부에서 발생하지만, 소재(전자소재, OLED용 편광필름 등), 정밀자동화(제조장비) 사업부를 두고 있다. 2차 전지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구미에 1~3공장을 보유한 피엔티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초 4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4공장이 완공되면 5000억원 규모의 생산 능력이 추가될 예정이다.
◇”성장 동력은 연구·개발(R&D), 세계 최고 장비 업체로 성장하겠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은 피엔티의 성장 동력이다. 김 대표는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시장 변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는 물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변형 예측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 개발 ▲홍보 ▲연구·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피엔티는 2009년 100만달러를 시작으로 2010년 1000만달러, 2016년 5000만달러, 2019~2020년에는 3억달러까지 수출 실적이 치솟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과 5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