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제주도에서 공중보건장학의로 근무한 적 있다. 하루는 40대 남성이 등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아무리 봐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간암 표지자 검사인 알파 피토프로테인을 했더니 정상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나왔다. 혹시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 한 달 후 다시 검사를 해봤다. 이번엔 알파 피토프로테인이 50이 넘는 정도로 증가했다. 즉시 정밀 검사를 권유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밀 검사 결과 그 사이 알파 피토프로테인이 더욱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혈관조영술에서 아주 작은 암(癌)이 발견됐다. 등 통증과 간암을 직접 연관지을수는 없지만, 둘 다 흉추 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흉추 통증은 다른 부위 통증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단지 척추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이나 후복막 문제, 암 전이, 결핵 등 다른 중대한 병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음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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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2. 20세 이하 혹은 50세 이상일 때 처음 통증이 시작됐다.

3. 암이나 에이즈 등 면역질환이 있거나,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환자다. 또는 기타 이유로 면역력이 저하(低下)됐다.

4. 체중 저하·발열·한기·극심한 피로 등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5.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6. 척추 주위에 혹 같은 게 만져진다.

7.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졌다.

8.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흐르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아래쪽 흉추(8번~12번)에서는 ‘디스크탈출’이 주로 발생한다. 등~허리 사이나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을 돌릴 수 없을 정도라는 환자들도 많다. 흉추에서 시작된 통증이 갈비뼈를 따라 가슴 앞까지 오는 경우도 흔하다. 신경이 눌리거나, 대상포진 같은 바이러스에 신경이 감염돼 생기는 증상이다.

환자가 다리를 벌리고 천천히 걷거나 대소변 가리는 데 이상이 있다면, 흉추에서 다리로 가는 신경관이 막힌 것이다. 응급상황이니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폐암이나 유방암은 주로 위쪽 흉추에 전이되곤 한다. 반대로 전립선암은 대개 아래 흉추에 전이된다. 흉추에 전이되고 나서야 환자들이 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등 통증은 간단히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다.

윗등의 통증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등과 가슴은 목이나 허리처럼 잘 움직이는 부분이 아니라, 새장과 같은 구조라 움직임이 적기 때문이다. 윗등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은 경추 신경(목)에 있다. 등 근육의 상당 부분은 목에서 온 경추 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 그러므로 윗등 통증이 생기면 경추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추에서 기인한 등 통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목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뒤로 최대한 젖힐 때 나타난다.

2. 목과 등이 이어지는 부위가 아프면서 이명, 두통, 턱관절 통증,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눈의 피로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3. 가슴·등 바깥쪽 또는 겨드랑이에 통증이 나타난다.

4. 팔이 저린 느낌과 통증이 함께 느껴진다.

이유모를 등 통증이 지속된다면, 명확한 원인을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원인을 알면 치료가 어렵지 않다. 많은 경우 숨은 질병이 동반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