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89.5%, 즉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다. 10명 중 3명은 당뇨병을, 여성 고령자의 3분의 2는 고지혈증을 앓는다. 사망원인의 80%는 만성질환이다. 만성질환이 대한민국 고령자 생명과 삶의 질(質)의 걸림돌인 것이다.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많다. 연간 57조원이 만성질환자 진료비용으로 지출된다.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니어 만성질환 발병과 관리에 식(食)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식습관을 바로 잡아줄 시니어 전용 간편식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영양 관리가 고통이 되는 현실
시니어 식단은 당류와 탄수화물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칼로리는 높아도 필수 영양소 섭취는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시니어의 82%는 칼슘이, 70%는 비타민 A·B2·C와 지방 섭취가 부족하다. 3명 중 1명은 단백질이 모자라다. 우리나라 고령층 대부분이 영양이 결핍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건강한 식단을 꾸려 영양을 관리해야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만성질환까지 겹치면 영양관리는 더 어려워진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대표적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 당분과 나트륨 제한이 필수다. 신장병 환자는 인이나 칼륨, 단백질까지 제한해야 할 수 있다. 식사를 해결하려면 집에서 해먹거나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데 편리함과 비용, 맛, 영양학적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 집 밥을 하기는 점점 더 부담이고 외식은 당과 나트륨 과다로 인해 위험하다. 도시락 서비스 역시 영양·위생·맛의 삼박자를 갖추기 어렵다.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
◇만성질환자 위한 간편식 절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최근 의료계에서는 ‘정밀의학’이 부각되고 있다. 정밀의학은 환자별로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자 고유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질병 경력,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적정한 용량의 약을 적합한 시간에 사용한다. 정밀의학은 질병 발병 후 치료를 시작하는 기존 의료 대응 방식과 달리, 발병 전 질병을 발견하고 예방함으로써 개인의 건강 수명을 연장한다. 질병 발생을 줄여 치료비용을 절감하고, 발병 후에도 맞춤형 치료를 통해 효과를 증진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불필요한 약제비나 치료비를 줄여 사회의 의료지출을 절감할 것을 목표로 한다.
정밀의학은 특히 개인에게 맞는 균형 있는 식생활과 영양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간단한 조리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형 간편식이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 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HMR 제품은 나트륨 함량은 지나치게 높고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하다. 당분이나 나트륨 조절이 필수인 시니어 만성질환자가 먹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정밀 영양공급이 가능한 기능성 케어푸드는 아직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성질환자나 시니어의 영양공급을 돕기 위한 간편 케어푸드 제품과 개인 영양관리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시니어 맞춤형 간편 케어푸드
라이프샐러드주식회사는 시니어층을 위한 맞춤형 정밀영양 솔루션을 만드는 대표적인 식품 벤처기업이다. ’2020년 대한민국 기업대상' 건강간편식 부문에서 제품혁신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간편 케어푸드에 특화됐다. 라이프샐러드는 임상영양학을 기초로 오랜 시간 대학병원과 협력해 환자식(食)과 시니어식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농산물 지표물질을 소재화해 제품개발에 활용하는 기술력도 갖췄다. 2020년에는 중소기업벤처부 연구과제로 당뇨 등 만성신장병 환자를 위한 간편 케어푸드를 개발했다. 그 결실로 최근에는 저당·저나트륨 간편식과 저인·저칼륨 간편식까지 출시했다. 최은정 라이프샐러드 기술연구소장은 “작년에 일반인을 위한 간편식을 출시한 후 많은 고령자가 당뇨, 신장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식사와 영양조절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후 대학연구팀과 심혈을 기울여 시니어층을 위한 간편식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기존에 출시된 일부 액상형 제품은 보존제나 첨가제로 인해 설사를 유발하는 사례가 많았고 보존이나 휴대도 불편했다. 이번에 라이프샐러드가 선보인 제품은 국내 최초로 출시한 분말타입이다. 여행이나 외출 시 밖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던 시니어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프샐러드는 올해 상반기에 특수용도 환자식인 ‘당뇨환자식’과 ‘신장병 환자식’ 출시도 앞두고 있다. 시니어 만성질환자는 대개 중성지방이 과다하고 복부비만이다. 최 소장은 “만성질환 관리의 첫걸음은 체중 조절”이라며 “시니어용 체중조절식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샐러드는 임상영양 전문가의 일대일 영양관리 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류왕보 라이프샐러드 대표는 “시니어의 만성질환과 영양 관리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마련해 만성질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 국내산 농산물 소재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니어 만성질환자 위한 간편영양식… 국내산 농산물 소재개발 특허 출원도
라이프샐러드는 최근 만성질환자를 위한 간편식 ‘웰케어쉐이크’ 2종(種) ‘L2’<사진 왼쪽>와 ‘L4’를 출시했다. 분말 형태로 집에서는 물론 외출이나 여행 시에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웰케어쉐이크 L2’는 당뇨나 전당뇨 환자 등 저당·저염 영양식이 필요한 분들, ‘웰케어쉐이크 L4’는 신장 기능 저하로 저당·저염에 저인·저칼륨까지 필요한 분들의 영양관리를 위한 제품이다.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단백질 함량을 낮게 조절했고, 소화흡수율이 좋은 고급 유청추출 단백질을 사용했다. 지방분은 간에서 바로 에너지로 활용되는 특성을 가진 MCT오일을 기반으로 한다. MCT오일은 장 건강을 개선하며 항(抗)염증 효과도 우수하다. 일반인을 위한 기존 웰니스라인에 비해 비타민 함량은 높이고 인공 감미료나 색소, 향료, 보존료는 일절 첨가하지 않았다.
자체 소재개발 기술도 최대한 활용했다. 자체 기술로 신선초의 지표성분을 추출했다. 신선초는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이 풍부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항염 등에 좋다고 알려진 원료다. 라이프샐러드는 국립농업과학원으로부터 이전받은 원천 특허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신선초 추출물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또 저칼륨·저인 제품 개발을 위해 대학 연구팀과 다양한 국내산 쌀을 비교 분석해 최적의 품종을 찾아냈다.
이후 침지와 증숙, 특별 호정화 기술을 적용해 풍미와 흡수율을 높였다. 지방분이 높아 느끼하고 인공 향이 강해 거부감을 줬던 기존 제품과 달리 누룽지같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라이프샐러드의 만성질환 관리용 웰케어 라인 신제품은 이번 달 중순부터 라이프샐러드 쇼핑몰이나 고객센터로 전화하여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