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69세 남자입니다. 최근 2~3년 사이 조금만 걸어도 양쪽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당기고 저린 통증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는데 요새 들어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버스 한 정거장 거리만 걸으려고 해도 두세 차례 앉아서 쉬어야 합니다. 증상이 있다가도 앉아서 쉬면 좀 괜찮아지고, 다시 걸으면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허리와 다리가 아픕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는 척추관 협착증 같다고 하는데요. 척추관 협착증이 정확히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와 같은 증상이라면 꼭 수술을 해야 할까요?

A. 사람 몸에는 뇌에서부터 꼬리뼈까지 이어진 척추 안에 척추관이라는 신경관이 있습니다. 이 신경관은 말 그대로 뇌에서부터 나오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데요.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신경관 주변 조직인 추간판(디스크), 후관절, 황색 인대 등이 두꺼워집니다. 상대적으로 신경관의 크기는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게 되죠. 이러한 상태를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합니다.

한상범·서울바른병원 척추센터 원장

척추관 협착증 증상으로는 환자분처럼 앉아서 쉬면 괜찮은데 오래 걸었을 때 한쪽 혹은 양쪽으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린 통증이 발생하고, 힘이 빠져서 쉬었다 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 증상이라고 합니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이죠. 이외에도 증상이 심해지면 하지 근력이 약해지고, 내 다리를 만지는 데도 다른 사람의 살처럼 느껴지는 감각 저하가 관찰됩니다. 아주 심하면 배뇨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척추관 협착증은 주된 원인이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이다 보니 대부분 50~60대 중장년층 이상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납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척추관이 조금씩 좁아집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거나 한순간에 악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단을 받더라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면 수술까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의 치료는 경중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는데요.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큰 수술 없이 휴식과 약물치료, 물리 치료 등 간단한 중재만으로도 증상이 개선됩니다. 통증이 많이 심할 때도 신경차단주사나 척추관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인 중재로 90% 이상은 해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러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좁아진 척추관이 다시 넓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증상이 다시 재발할 우려는 있습니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협착증이 조금씩 더 진행될 수도 있고요. 따라서 다음 같은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이 개선되지 않고 2~3개월 이상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MRI 및 CT 등의 정밀 검사를 한 다음 통증의 원인이 척추 질환으로 판단될 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근력 저하나 감각 저하처럼 마비가 관찰될 때입니다. 예를 들어 근육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발을 위로 들어 올릴 수 없는 등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수술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면 마비가 평생 남거나 저린 증상이 오래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대변과 소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와 회음부 즉, 성기 부위의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입니다. 이는 마미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응급 상황에 해당합니다. 성관계 시 감각이 저하되거나 발기부전, 대소변 실금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빠른 시일 내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척추관 협착증이 의심될 때는 척추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고 어떤 치료가 자신에게 필요한지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전에는 수술을 할 때 절개를 크게 하고 광범위한 감압 수술을 시행해 정상 조직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도 컸죠. 최근에는 수술 기법이 발달해 조직 손상은 최소화하고 병변만 제거하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더라도 걱정은 크게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