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는 첨단산업, 특히 IT(정보통신) 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모여 있는 정보통신, 전자산업의 중심지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은 실리콘밸리의 신화가 됐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위치도. / JDC 제공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꽃피우고 있는 첨단산업 창업의 산실로 ‘제주판 실리콘밸리’로 자리잡고 있다.

15년 전인 2004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시행계획(2002~2011년)의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먼저 완공돼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과학(BT)의 신산업 성장에 초석을 마련하면서 국제자유도시 개발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178개사 입주, 연간 3조3000억 매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제주시 아라동에 조성한 제1첨단과학기술단지. / JDC 제공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5800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아라동 일원 109만㎡(33만평)의 허허벌판에 조성한 제주첨단과학기술 1단지는 산업시설용지가 100% 분양 완료됐다. 현재 첨단기술기업 등 178개사가 입주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3조 3000억원을 달성했다. 고용인원이 약 2650명에 이르는 등 제주경제의 성장 엔진이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과수원이 실리콘밸리라는 세계 최고 첨단기술 연구단지로 변모한 것처럼 제주첨단과기단지도 성공적인 IT 클러스터이자 혁신의 대명사로 꼽힐 날을 꿈꾸고 있다. 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2004년 수도권 기업의 지방 첫 이전이라는 ‘다음(Daum)’의 실험이 시작됐다. 2014년 합병으로 다음카카오로 출범했으며, 2015년 ‘카카오’로 사명이 변경됐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1위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 서비스는 지금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만능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첨단과기단지에는 2010년 이스트소프트(Estsoft) 연구소가 둥지를 틀면서 ‘제주 IT밸리’에 훈풍을 불러왔다. 알집, 알씨, 알약은 2500만명이 사용하면서 국민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다.

◇입주기업 동반성장 발판 마련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수업 모습. / JDC 제공

JDC는 첨단과학기술단지 입주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입주기업 생산제품 면세점 입점, JDC 프로젝트 투자기업과의 비즈니스 매칭,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해외 판로 개척 원스톱 지원, 취업박람회 및 산업체 현장실습 등 맞춤형 지원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첨단과기단지 내에 공립어린이집 개원, 입주기업 임직원과 함께하는 문화공연 개최, 공동주택 추진 등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정주(定住)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첨단과기단지에는 2018년 5월 제주혁신성장센터가 들어서면서 도전과 실험 정신이 꽃피우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항암제 연구개발, 이벤트 전용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자동차 개조 및 모터 장착, 이동식 전기차 충전 인프라, 태양광 발전 시스템 개발 등 30개사가 입주해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3년간 전기차 자율 주행, 핵심부품의 설계·제조, 전기차 개조 등 자율·전기차 산업 54개사(고용인원 161명), ICT 문화·예술 산업 46개사(439명) 등 총 100개사를 유치해 600명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JDC는 제주혁신성장센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9월 초 제주지역내·외 취업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J-CUBE’를 오픈했다. J-CUBE는 교육실, 세미나실, 미팅룸, 휴게실, 라운지, 윈도우 카페, 리셉션 바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첨단과기단지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핵심 인재와 투자가 몰릴 수 있도록 다양한 세금 감면과 글로벌 창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실험장인 제2첨단과기단지 조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제주시 아라동에 조성한 제1첨단과학기술단지. / JDC 제공

JDC는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시행계획(2012~2021년)에 제주의 신성장 산업인 첨단지식산업 육성을 위해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2첨단과기단지는 JDC가 제1단지와 인접한 제주시 월평동 일원 84만8000㎡ 부지에 1385억원을 투입해 IT, BT 등 늘어나는 첨단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6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개발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사업기간이 오는 2022년까지로 변경됐고, 총 사업비는 당초(1044억원)보다 1697억원이 많아진 2741억원이다. 현재 토지보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내 토지보상을 마무리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부지조성공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지는 첨단과기단지 1단지와 연계해 첨단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산업단지 조성이 목적이다. 스마트시티 실증단지를 비롯해 전기자동차 시범단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실험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기술력은 우수하나 자본이 적은 기업들이 초기 사업비 절감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입주기업 수요조사에 기반한 공용연구실과 연구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또 스타트업 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해 자금지원체계전략(펀드조성, 벤처캐피탈 유입생태계 조성 등)을 마련하고, 창업보육육성 환경을 조성해 선순환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