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못 보던 용어를 발견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처음 보는 말인데 어딘지 익숙하다. 더 검색해봤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소셜 임팩트 기업 들을 모아 포럼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모양이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에서 ‘소셜 임팩트 포럼’ 창립식도 가졌다고 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직역하면 ‘사회적(social)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기업’ 정도가 될 것 같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미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있다. 해외에서는 둘 다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분해서 쓴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소셜벤처라고 부른다. 제도상의 이런 구분 때문에 기사를 쓸 때 설명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비슷한 용어가 또 생겼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알아야 기사를 쓰든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업계 전문가들에게 소셜 임팩트 기업에 대해 물었더니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다행히 김 전 부총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뜻을 설명해 놓은 게 있었다. “소셜 임팩트 기업은 사회적기업보다 차원이 높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장애인을 돕는게 사회적기업이라면, 소셜 임팩트 기업은 경제활동을 잘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이 들으면 좀 섭섭할 소리였다. 자활기업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들 가운데 비즈니스가 약한 곳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차원이 낮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비즈니스가 약한 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들 중에 경제활동을 잘하는 곳도 많다. 포럼 창립식 당일, 김 전 부총리는 폐차 가죽 시트로 만든 업사이클링 가방을 메고 행사장에 등장해 좌중의 눈길을 끌었다. 그 가방을 만든 회사가 ’모어댄'. 요즘 제일 잘나가는 사회적기업이다.

용어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일을 도모할 때 이전에 없던 용어를 만들어 선포하는 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 꿈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언어가 필요한 법이니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소셜섹터를 위해 나서 주고 힘을 실어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좋은 취지에 비해 설명이 부실하다는 느낌이다. “소셜 임팩트 기업이란 기존에 구분해 사용하던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아우르는 말로, 임팩트를 창출하는 모든 기업을 가리킨다.” 차라리 이런 설명이라면 납득이 갔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