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한모씨는 몇년 전부터 걸을 때 허리와 다리가 찌릿하게 아팠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최근에는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진통제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척추관협착증’이라고 진단하면서 “나이가 많아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생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씨는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다 ‘양(兩)방향 내시경 치료’를 알게 됐다. 절개 부위가 작고 처치 과정이 간단해 고령자도 받을 수 있는 시술이라고 했다. 지인 소개로 서울바른병원을 방문한 한씨는 각종 검사 후 양방향 내시경 시술을 받았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수술 다음 날부터 혼자 걸을 정도가 됐고, 통증도 사라졌다.
척추는 사람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나이가 들면 척추에 여러 이상이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노화로 척추 주변 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진다.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면서 조금만 걸어도 허리와 다리, 엉덩이뼈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다 보면 증상은 점차 악화한다. 용기 내 병원을 찾아도 고혈압·당뇨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는 ‘수술 불가’ 판정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불필요한 처치를 최소화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시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일 척추 내시경 치료의 차세대 권위자로 주목받고 있는 황의승 서울바른병원 원장을 만나 양방향 내시경 시술법에 대해 들었다.
◇절개 부담 적어 고령자도 시술 가능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가 무엇인가.
“기존에는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할 때 주변 피부와 근육을 절개하는 과정에서 근육과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회복도 오래 걸렸다. 양방향 내시경 치료는 시술 부위에 7~8㎜짜리 작은 구멍을 두 개 뚫는다. 한쪽에는 내시경을, 다른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넣는다. 초(超)고화질 내시경으로 신경과 미세한 혈관까지 자세히 보면서 통증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 제거할 수 있다. 척추 주변 조직이 다칠 염려가 적고 흉터도 크게 남지 않는다. 감염 가능성도 작다. 치료 당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도 빠르다. 일반적으로 2~3일 지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 시술은 척추관협착증뿐 아니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경추(목뼈), 흉추(등뼈)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수술받을 수 있나.
“물론이다. 기존에는 전신마취가 필수였다. 기도에 튜브를 삽관하고 온몸의 근육을 이완해야 하니 마취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다. 이와 달리 내시경 시술 시에는 부분 마취를 한다. 고령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으로 수술이 어렵던 환자도 치료 가능하다. 90세 노인도 건강이 나쁘지 않다면 수술이 가능할 정도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시술은 2003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한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이 시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에 대한 수가와 급여 기준 신설을 고시했다. 시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학계에서도 이 치료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황 원장은 내시경 척추 치료의 차세대 전문가로 꼽힌다. 황 원장은 “큰 수술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를 위한 대안을 고민하다가 이 시술을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척추 질환은 조기 치료가 중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시술 받을 병원을 고를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술 위험이 큰 고령자는 특히 그렇다. 서울바른병원에서는 환자 한 명을 두고 세 명 이상의 전문의가 상의한다. 피검사와 심초음파 결과를 바탕으로 내과와 마취과 전문의가 안전하다고 동의해야 수술을 진행한다. 또 여러 척추 전문의가 협력해 대학 병원 못지않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매일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다.”
―병원 방문을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다.
"척추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1~2주 동안 마사지나 찜질을 했는데도 통증이 계속되면 빨리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환자는 심각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진찰을 해보면 이미 마비와 소변 장애가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이를 내버려두면 돌이킬 수 없는 마비가 오거나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조기 치료를 한다면 10명 중 9명은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만으로 상태가 호전된다. 상담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병이 악화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을 방문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