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서부 지역서 발굴된 중생대 어룡 화석. 배 부분이 불룩한 것을 볼 수 있다. 분석해보니 그 안에서 비슷한 크기의 다른 해양 파충류의 몸통과 다리가 나왔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억 4000만년 전 중생대 어룡(魚龍) 화석의 배에서 또 다른 대형 해양 파충류가 나왔다. 어룡은 그동안 오징어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몸집이 비슷한 다른 파충류까지 사냥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미국 UC데이비스의 료수케 모타니 교수와 중국 베이징대의 장다용 교수 공동 연구진은 21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중생대 초기 바다에 살던 파충류인 이크티오사우루스의 화석 안에 다른 해양 파충류인 탈라토사우루스의 몸통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낚시를 하다 보면 종종 큰 물고기 뱃속에서 작은 물고기가 나오는데 공룡이 살던 시대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5m짜리 어룡이 4m 먹이 삼켜 모타니 교수는 "어룡의 위에 든 내용물은 위산에 부식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어룡은 이 먹이를 삼키자마자 바로 죽었음에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어룡이 이미 죽은 파충류를 삼켰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어룡의 배에서 나온 파충류는 몸통에 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었다.

이크티오사우루스는 2억5000만년 전 출현한 어룡이다. 모습이 참치와 비슷하지만, 돌고래나 고래처럼 허파로 호흡했다.

중국 남서부 지역서 발굴된 중생대 어룡 화석의 불룩한 배를 분석해보니 그 안에서 비슷한 크기의 다른 해양 파충류의 몸통과 다리가 나왔다. 5m 크기의 어룡이 4m 탈라토사우루수의 몸통 부분을 삼킨 것이다.

연구진은 2010년 중국 남서부 지역에서 이 어룡 화석을 발굴했다. 배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불룩해 분석해 보니 다른 파충류의 몸통과 다리가 나왔다.

어룡의 뱃속에 든 것은 주둥이가 뾰족한 해양 파충류인 탈라토사우루스로 확인됐다. 이 파충류는 몸길이가 4m로, 5m인 어룡보다 조금 작다. 어룡은 모습이 물고기와 흡사하지만, 탈라토사우루스는 물갈퀴를 가진 네 다리를 갖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굴된 중생대 해양 파충류 탈라토사우루스의 화석. 주둥이가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화석의 모습으로 볼 때 어룡이 탈라토사우루스의 몸통을 찢어 삼킨 순간, 어떤 이유로 진흙에 처박혀 그대로 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어룡 발굴지 근처에서 탈라토사우루스의 남은 꼬리 부분도 발굴했다.

◇오늘날 악어와 비슷한 사냥법 보여

중생대에는 다양한 파충류가 살았다. 육지에서 발을 곧게 뻗고 다닌 공룡이 대표적이다. 땅에는 악어나 도마뱀처럼 다리를 옆으로 뻗은 다른 파충류도 있었다. 하늘에는 익룡이 날아다녔고, 바다에는 어룡과 함께 목이 긴 수장룡, 포식성 파충류인 모사사우루스 등이 살았다.

연구진은 어룡의 턱 구조 등으로 볼 때 오늘날 범고래나 백상아리처럼 중생대 초기인 트라이아스기(약 2억4500만 년 전부터 1억8000만 년 전)에 바다의 최고 포식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서 발굴된 어룡 이크티오사우루스의 이빨. 비교적 작고 무뎌 오징어 같은 부드럽고 작은 먹이를 무는 데 적합하다고 추정�磯�. 이번이 이 이빨이 대형 파충류 사냥에도 적합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커다란 동물을 사냥하는 포식자는 먹잇감을 자를 수 있게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져야 한다고 추정됐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 발굴된 어룡은 상대적으로 작고 무딘 이빨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이빨은 부드러운 먹이를 붙잡는 데 유리하다는 점에서 어룡이 당시 바다에 풍부했던 오징어류를 사냥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무딘 이빨을 가진 동물도 최고 포식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악어나 바다표범, 범고래가 좋은 예다. 모타니 교수는 “아마도 어룡은 악어처럼 이빨로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파충류를 문 다음 그 힘으로 척추를 부러뜨리고 몸통을 뜯어냈을 것”이라며 “해양 파충류가 대형 먹이를 사냥하는 일은 지금까지 생각보다 더 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