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매우 큰 폭으로 성장이 후퇴하는 것에 비하면 기적 같은 선방의 결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대침체 속에서 우리 경제도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분기 대비 -3.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애초 한국은행은 -2% 중반을 예상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28%)보다도 낮게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분기 성장률이 반등한 중국(전기 대비 +11.5%)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코로나 충격이 컸던 미국과 유럽 등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미국 등 G20(주요 20국)의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하면서 "그에 비하면 우리는 굉장히 선방했다"며 '선방론'을 주장했었다.

문 대통령은 "재난지원금에 이어 대한민국 동행 세일 효과로 비대면 판매는 물론 전통시장과 동네 가게, 백화점 등 전 부분에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3분기부터 경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정부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이 나왔고, 국민도 경제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회의에서 "각종 경제지표도 2분기를 저점으로 6, 7월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어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경제 반등을 이뤄낼 적기"라고 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낙관적으로 내다보며 '반등'이란 표현만 6차례 썼다. 문 대통령은 "내수는 이미 2분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3분기에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언급하며 "전통시장과 동네 가게, 백화점 등 전 부분에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국내선 여객 수요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주요 여행지 숙박 예약이 어려워지는 등 국내 관광도 서서히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이에선 "재난지원금 효과는 반짝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재난지원금을 통한 일시적 매출·소비 증가를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마이너스 성장률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수출과 관련해서도 "7월 들어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시스템반도체, 올레드, 휴대폰 부분품 등은 수출 증가세로 전환됐고, 친환경 미래차 수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도 좋은 흐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3분기를 반드시 경기 반등을 이룰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보고, 비상한 각오로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경제 선방론'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가담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두고 '선방했다'며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최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선방론'을 앞세워 현 위기 국면을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에 이어 경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는 "정부는 3분기 이후 내수에서 추경 예산 집행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는데, 수출에서 다른 주요국 방역·경제 상황이 큰 변수인 만큼 3분기 경제도 낙관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