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전자약이 등장했다. 코로나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면역 과잉 반응도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지난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뉴저지주의 일렉트로코어(electroCore)사가 개발한 미주신경(迷走神經) 자극기인 ‘감마코어 사파이어’를 코로나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긴급 사용 허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FDA는 호흡 곤란을 겪는 급성 코로나 환자에게 기존 약물이 듣지 않을 때 감마코어를 가정이나 병원에서 쓸 수 있다고 승인했다.
◇뇌-장기 연결하는 신경 자극해 기도 열어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전기 자극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이번 감마코어처럼 보통 쇄골 안쪽에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한다.
미주신경은 뇌와 인체의 모든 장기 사이를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이다. 전자약은 마치 통신망의 잡음을 제거하듯, 인위적인 전기 자극으로 잘못된 신경 신호를 교정해 치료 효과를 낸다.
일렉트로코어는 감마코어를 목에 대면 저전압 전류가 폐, 심장, 소화관에 연결된 미주신경을 자극해 기도 수축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치료 한 시간 반 만에 93%가 호흡이 개선됐으며 86%는 폐활량이 증가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임상시험 부작용이 두통 전자약 탄생시켜 감마코어는 편두통과 두통 치료제로 이미 상용화됐다. 5000헤르츠 주파수로 초당 25번씩 2분간 전기 자극을 줘 편두통과 두통을 치료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애초 회사는 기도로 연결되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호흡 곤란 증세를 치료하려고 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도중 환자들이 두통이 사라졌다고 하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감마코어가 다시 처음 목표로 되돌아오게 한 것이다. 일렉트로코어의 수석의학책임자인 피터 스타츠 박사는 스펙트럼지 인터뷰에서 “세상만사 돌고 돈다”고 밝혔다.
감마코어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먼저 미주신경에서 뇌로 가는 신경신호를 교정해 폐의 기도가 제대로 열리도록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미주신경에서 온몸으로 가는 신경신호를 바로잡아 항염증 효과를 내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환자들에서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장기에 치명적인 염증을 유발한다. 일렉트로코어는 전자약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사이토카인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류로 바이러스 직접 차단하는 전자약도
전자약은 이미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위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FDA 허가를 받았으며, 기도 신경을 자극해 수면 무호흡증(코골이)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나왔다.
지난 2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찬단 센 교수팀은 상처 부위의 세균 감염을 막는 전자약 밴드를 발표했다. 밴드 표면의 은과 아연 사이로 흐르는 미세 전류가 세균막 형성을 막아 동물실험에서 상처 봉합 시간을 13일에서 3일로 줄였다.
코로나에 대항하는 전자약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미주신경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전자약도 등장했다. 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진은 지난 5월 마스크에 약한 전류를 흘려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화학 분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켐아카이브(ChemRxiv)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구진은 면이나 폴리에스터 섬유에 점 모양의 은과 아연 입자를 격자 구조로 배치했다. 섬유가 습기에 노출되면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 아연에서 은으로 전자가 이동한다.
이렇게 발생한 전류는 바이러스에 구조적 변형을 유발해 인체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전자약 섬유가 사람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