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건을 장기 취재한 전혁수 전 서울경제TV 기자가 24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기자가 2월 초부터 신라젠과 관련해 자신의 비위를 캐기 위해 공모했고,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로비 의혹'을 취재하면서 '여권(與圈) 인사 비리를 내놓으라'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가 실패한 혐의(강요미수)로 구속됐다.
유 이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검찰이 채널A에 신라젠 사건 취재를 ‘외주’준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자신과 신라젠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검찰이 (사진을) 언론에 흘렸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전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시민 MBC라디오 출연 발언 반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유 이시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언급한) 사진은 제가 VIK 임원 SNS(소셜미디어)에서 찾은 것”이라며 "나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단 한 차례도 검찰을 접촉한 적이 없다"고 했다.
◇ 유시민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 VS "검찰 접촉한 적 없다"
유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2월 초 갑자기 기자들이 연락을 해 신라젠 행사에서 내가 신라젠 임원들과 같이 찍힌 사진,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기자들이 2월 5~6일에 집중적으로 사진을 토대로 문자 메시지 보내서 질문하는데 사진이라는 게 어디에 공개돼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사진은 전혀 아니었고”라고 묻자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게 검찰 제공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엔 “저는 있다고 봤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기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진을 제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여러 언론이 보도한 유 이사장의 신라젠 행사 사진은 2015년 6월 채널A 다큐멘터리 ‘집단지성’에 유 이사장이 나오는 모습을 캡처한 것이다. 또한 유 이사장이 2015년 4월 양산부산대병원의 신라젠 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양산부산대병원 공식홈페이지 홍보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공개돼 있다.
이에 대해 “2017년 12월부터 VIK 사건을 취재했다”고 밝힌 전 기자는 "사진은 제가 VIK 임원 SNS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는 "1년 여 취재를 진행하던 중 2019년 1월 VIK 사건의 공범 신모씨의 페이스북에서 친노 인사들이 대거 VIK 특강에 참석했던 사진자료를 발견했다"며 “유시민, 변양균, 김수현, 이재정, 도종환, 김현종, 김창호 등이 VIK 특강에 강연자로 참석한 사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고, 이에 따라 취재를 한 것이며, 취재 과정에서 채널A에서 방송된 VIK 홍보영상을 추가로 찾았다"고 했다.
그는 "그 영상에 신라젠 연구센터 개소행사에 유시민 이사장이 VIK 사건의 주범 이철 대표와 함께 참석한 영상이 나온다"며 "그러다 이철이 국민참여당 의정부 지역위원장 출신이란 걸 알게 됐고, 관련자 페이스북에서 유 이사장과 이철이 선거운동하면서 찍은 사진도 찾아냈다"고 했다.
전 기자는 "유 이사장은 신라젠과 관련이 없다. 신라젠은 VIK의 피투자사일 뿐이고, 유 이사장은 VIK와 관련이 있다"며 "그런데 이미 언론에서 신라젠·유시민 의혹으로 다뤄진 상황이었고, 신라젠 얘기가 나오면 유시민이란 이름이 따라나오는 현상이 벌어진 것 뿐"이라고 했다.
◇"날 꾸준히 쫓아다니는 언론사 있어" VS "사기꾼 따라다니는데 유시민 튀어나와"
유 이사장의 '저를 좋아하는 기자 분들이 있는 언론사가 몇 개 있다. 저를 꾸준히 쫓아다닌다” 는 언급에 전 기자는 "먼저 전후 관계를 정확히 하자. 제가 유 이사장을 따라다닌 거 아니다"라며 "사기꾼 따라다니는데 유 이사장이 튀어나올 줄 제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전 기자는 "VIK는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게 아니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됐다"며 "겉으로는 크라우드 펀딩이지만 실제로는 모집책의 직접 영업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이 언급한 서태지 공연은 정확한 사기로 판명났다. 손해를 봤는데 이익이 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수익금을 주면서 돌려막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철씨가 VIK에서 했던 자금조발 방식이 크라우딩 펀드다. 서태지 공연이라든가 영화라든가 건별로 해서 크라우딩 펀드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았다"고 했다.
◇"검찰, 사건 쥐고 있었다" VS "검찰 없으면 이 정도 파악도 못할 것 같나"
유 이사장은 "이철씨 공소장에 포함돼 있지 않은 크라우딩 펀드 몇 건이 더 있다. 이건 기소를 아직 안 했다"며 검찰이 사건을 '쥐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다. 전 기자는 "검찰이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수사가 미비했던 것"이라며 "(관련 내용은) '검찰'이 아니라 제가 VIK의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고 알아낸 사실이다. 대한민국 기자가 검찰 없으면 이 정도 사실관계 파악도 못할 것 같으냐"고 썼다.
전 기자는 "취재자료를 돌아보다가 이 내용이 수사가 안 된 것 같아서 피해자 단체에 알렸다. 검토 끝에 추가 고발이 이뤄진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 검찰이 VIK 추가 사기 혐의에 대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걸 원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