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도동도동, 두구두구두구두구…."
지난 1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 암흑 같던 무대 위 파란 조명이 켜지고 쿠바의 타악기 콩가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이곳은 뉴욕의 한 재즈바로 변했다. 한 자리씩 띄워 앉은 관객들 손에는 술 대신 물이 있었지만, 기분은 재즈 음악에 취해 몽롱했다.
토요일 밤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연은 재즈기획사 플러스히치가 기획한 '플레이 블루노트 마스터피스'. 미국의 대표적인 재즈음반사 '블루노트'의 명반들을 국내 재즈뮤지션들이 직접 라이브로 연주한다. 지난해 80주년 공연이 인기를 끌자 올해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 지난 4일부터 소니 클라크, 캐넌볼 애덜리, 존 콜트레인, 호러스 실버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연주한 케니 버렐의 '미드나이트 블루'와 그랜트 그린의 '아이들 모먼츠' 앨범은 처음 선보인 것이다. 김충남 플러스히치 대표는 "블루노트 재즈 앨범은 대부분 관악기가 메인이기 때문에 이번 앨범처럼 기타가 주가 되는 공연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빌리 홀리데이 등 최고의 재즈가수 세션맨으로 활동했고, 백인 기타리스트지만 누구보다 솔을 잘 안다는 평을 받는 케니 버렐의 '새터데이 나이트 블루' '케니스 사운드' '솔 러멘트' 등이 연주되자 기분은 재즈의 감성 상태 '블루(blue·우울하고 슬픈)'가 됐다. 기타리스트 정준영은 "'지 베이비 에인트 아이 굿 투 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버렐이 직접 작곡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버렐의 곡이 음반 이름대로 자정에 어울린다면 그랜트 그린의 곡은 새벽 4시에 어울린다. 졸리고 나른하지만 그대로 잠들긴 아쉽다. 그의 느릿느릿한 연주는 낭만적이고 끈적거리며 관능적이다. 44년의 짧은 인생 동안 돈에 찌들려, 시간에 쫓겨 살았던 그가 음악에서만큼은 여유를 찾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장고'를 시작으로 '노마드' '장 드 플뢰르' 등 그의 대표곡이 연주됐다. 베이스 박진교는 "14분에 달하는 앨범 타이틀곡 '아이들 모먼츠'는 너무 길어 줄여서 녹음했더니 나른한 그 분위기가 안 나 다시 길게 녹음한 곡"이라고 했다.
국내 재즈계가 좁아 자주 같이 무대에 서는 색소폰 이용석, 베이스 박진교, 드럼 김건영, 피아노 강재훈, 콩가 이현준, 비브라폰 크리스 바가 등 연주자의 합도 좋았다.
앙코르는 그랜트 그린의 솔리드. 콩가 연주도 다시 등장했다. 그의 곡답지 않게 뜨겁고 화려하다. 기분 좋은 우울감과 나른함에 빠져 있던 몸과 마음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뉴욕 재즈바로의 상상 여행. '블루노트 마스터피스' 공연은 24~25일 대구 베리어스 재즈클럽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