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하는 정수빈

현대 운동선수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은 크게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은 대세에 편승하지 않는 특이한 사례다. 정수빈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스프링캠프의 종료와 함께 사실상 마무리 된다. 시즌이 시작하면 정수빈이 기구를 드는 일은 거의 없다.

2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수빈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즌 중 해본 적도 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됐다"면서 "오히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몸이 굳고 알이 배겨 경기에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수빈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안 해도 구단에서는 딱히 딴죽을 거는 사람이 없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다 웨이트 트레이닝 없이도 안 다치고 제 몫을 해주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시즌 중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안 하는데 그래도 나름 아픈 곳아 없다. 경기 중 다치는 것 말고는 잔부상도 없다. 트레이너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뭐라고 안 한다. 나만의 관리법"이라고 소개했다.

김태형 감독도 정수빈의 특별한 관리법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아파서 쉬겠다는 말 한 번 하지 않으니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빈이의 가장 큰 장점은 아픈 곳이 없다는 점이다. 5년 동안 지내면서 '근육이 뭉쳤다', '근육이 올라왔다'는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경기 중 다치는 것 말고는 부상이 없다"는 김 감독은 "나도 모르겠다. 본인만의 루틴이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심지어 정수빈은 치료실의 문도 잘 두드리지 않는 편이다. 허슬 플레이가 많은 스타일상 아픈 곳이 없진 않지만, 정수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정수빈은 "트레이너들은 잘 아시겠지만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치료실도 잘 안 간다. (야구는) 매일 해야 하는 것이니 그냥 하려고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1년 처음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정수빈은 지난해까지 군 제대 해인 2018년을 제외하면 모두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올해 역시 타격 부침 속에서도 팀이 치른 65경기 중 62경기에 출전했다. 남들과 조금은 달라보이는 관리법이 정수빈에게는 꼭 맞는 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