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이 예년보다 일찍 신입 직원 채용에 나서면서 하반기 금융권 채용문이 열렸다. 그러나 매년 10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뽑던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채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바늘구멍 같았던 은행권 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달 말 채용 공고를 내고 신입 직원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다음 해 1월 입사 일정에 맞춰 8월말쯤 공고를 냈던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앞당겨지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에 금융권 전반적으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올해는 채용 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50명을 뽑았던 산업은행은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보다 채용 절차를 한 달 앞당긴 한국은행은 21일부터 원서 접수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1년 전에 비해 5명 줄인 55명을 신입 직원으로 뽑을 예정인데, 2012년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올해 상반기 채용을 하지 못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채용형 청년인턴 69명을 선발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98명을 뽑았던 작년에 비해 29.6%가량 축소된 것이다. 작년 하반기 청년인턴 중 자진 퇴사자를 제외하면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번에 채용되는 인턴 역시 90% 이상은 정규직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금융 공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긴 했어도 금융 공기업들의 필기시험이 하루에 몰리는 일명 'A매치데이'가 없어졌다는 점은 그나마 취준생들이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한은의 필기시험은 9월 12일로 정해졌고, 금융감독원은 8월 중순에 채용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라 필기시험은 일러야 10월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경우 한은과 금감원 사이에 필기시험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준비생 A씨는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엔 취업 기회조차 없었다"며 "예전엔 금융권 합격만을 간절히 원했는데 이젠 그냥 채용 공고만 뜨길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부 시중은행들은 공채 실시 여부 자체를 확정 짓지 못해 취준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채 실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여러 분야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코로나 사태 영향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채용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경우 하반기 공채 규모를 평소(450명)에 비해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상반기에는 수시채용만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채용 규모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비해 핀테크 업체들은 채용에 적극적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하반기에 285명을 뽑기로 하고 채용 절차에 나섰다. 핀테크 등 IT업계가 그동안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던 방식을 깨고 신입 지원자를 모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토스 관계자는 "그동안 경력자 위주로 뽑다 보니 경력 없는 사람들은 지원하기조차 꺼리는 심리적인 장벽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동안 수시로 채용됐던 3년 차 미만 직원들도 회사에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과감하게 문호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