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가 지난해 10월 BBC 방송에 출연했을 당시 진행자가 인터뷰 도중 신장 위구르 지역의 소수민족 강제 수용 시설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류 대사는 이 영상에 대해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 1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들 기업은 향후 미 정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미국과 거래할 수 있다. 홍콩 내 반(反)중국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놓고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로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 구금시설 등은 내정(內政)에 속하는 문제고, 인권 침해가 아니라 테러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20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제재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 탄압, 강제 노동, 집단 구금, 생체 정보 무단수집, 유전자 분석 등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제재는 중국 공산당이 소수민족을 향한 비열한 공세에 미국의 상품과 기술이 가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 기업은 ▲오필름테크 ▲에스켈섬유 ▲비트랜드 정보기술 ▲메이링 ▲하올린 헤어액세서리 ▲타이다 어패럴 ▲KTK그룹 ▲시너지 섬유 ▲탄위안테크놀로지 ▲실크로드 ▲류허 등 11곳이다.

눈에 띄는 기업은 오필름테크와 에스켈섬유다. 오필름테크는 애플 아이폰의 부품 공급 업체로, 카메라 모듈·터치스크린을 만든다. 미국 IT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인권 침해에 민감한 만큼 오필름테크와 거래를 곧바로 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에스켈섬유는 유명 의류브랜드인 타미힐피거·휴고보스 등에 의류를 납품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신장 소수민족 탄압에 관여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미 상무부에 제재 취소를 요청하고 있다.

20일 미 상무부 제재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 11곳

신장 지역 인권 침해와 관련한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는 벌써 세번째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세계 1위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 28개의 중국 기관·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지난달에는 기업 9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최근에는 신장 지역 전·현직 고위 관리에 대한 제재 조치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신장위구르자치구 일인자인 천취안궈(陳全國) 당서기를 비롯해 주하이룬(朱海侖) 신장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서기, 왕밍산(王明山) 신장 공안청장(경찰청장 격) 등 신장 지역 고위관리 3명과 직계가족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독립 요구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수년 전부터 강제 교육·구금시설을 운영하며 감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신장 정책은 내정(內政)이고, 종교나 소수민족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라 테러 예방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