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몰려 어쩔 수 없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 넘어서 다시 와주세요."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쯤 대전 서구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직원이 이렇게 말하자 줄을 서고 있던 30여 명이 불만을 터뜨렸다. "여태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야 하냐" "근처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왔는데, 오후에 다시 오라는 게 말이 되냐"는 항의가 나왔다. 이들은 이날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대기자는 점심 시간이 끝난 오후 1시엔 70명으로 불어났다. 점심 시간이 끝날 때를 기다린 신청자가 한 번에 몰린 것이다. 센터는 이날 하루에만 신청자 약 800명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신청자들은 "정부에서 준다는 돈 받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람이 몰리자 종이 번호표까지 나눠줘야 했다.
센터는 오후 3시 50분이 넘어서 온 이들은 돌려보냈다. 접수 창구가 오후 6시 30분까지만 서류를 받는데, 3시 50분 이후에 온 사람들은 시간 내에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서류 접수는 저녁때까지 하지만, 서류 심사도 추가로 해야 해 직원들이 밤 11시까지 계속 야근하고 있다"고 했다.
양모(39)씨는 이날 오전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서류를 더 준비해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오후 5시 20분쯤 센터를 다시 찾았다. 양씨는 "서류 준비 다 했는데 제출만 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직원은 "접수가 마감됐다. 내일 다시 오셔야 한다"고 했다. 이곳 외에도 취재진이 7일과 9일 두 차례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애초 정부가 계획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 인원은 114만명이지만 지난 8일까지 126만540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사람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신청 못 하는 고령층 등 몰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급감한 특수형태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등 현금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주는 정부 지원금이다. 1인당 총 150만원을 준다. 온라인 신청은 지난달 1일부터, 센터 방문 신청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3일까진 공적 마스크 구매처럼 일주일 중 하루만 신청할 수 있는 '5부제'가 적용됐다. 지난 6일부터 이 제한이 풀리자 일일 신청자가 늘고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 오는 2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신청자 중엔 "인터넷을 잘 쓸 줄 모른다"는 고령층이 많았다. 온라인 신청을 못 해 센터를 직접 찾은 사람들이다. 대전의 한 감자탕 식당에서 일했다는 정모(71)씨는 "며느리를 시켜서 휴대폰으로 지원금을 신청하려 했는데, 계속 오류가 나서 직접 왔다"고 했다.
접수창구 옆엔 각종 증명 서류를 뗄 수 있는 무인발급기도 1대 있었다. 점심 시간에도 기계를 이용하려고 6명이 줄을 서 있었다.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전담 직원은 없었다. 김모(49)씨는 "서류 하나 떼려는데 무인발급기 대기만 40분째"라며 "나도 그렇고 다들 이런 기계 다룰 줄 모른다. 지문 인식도 잘 안 돼서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신청 복잡한데 사전 안내 부족"
신청자가 몰리지만 서류 접수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택배 기사 같은 특수고용 근로자가 소득이나 매출을 서류로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거나, 세금 등 각종 행정 관련 서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어떤 서류를 내는 게 좋을지를 놓고 센터 직원들과 신청자가 매번 한참을 이야기해야 했다.
현장에선 "서류 준비는 어려운데 사전 안내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대전센터에서 만난 김모(53)씨는 "'증빙서류를 갖춰 방문해달라'는 문자가 와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인지 전화로 물어보려 했는데 상담원 연결도 안 됐다"며 "결국 유튜브에서 기존 신청자가 올린 안내 영상을 보고 3일 걸려 서류를 준비했다"고 했다. 김모(64)씨는 "나흘 동안 전화를 걸어 겨우 한 번 상담원 연결이 됐다"며 "상담원이 불러주는 대로 서류를 다 준비해 왔었는데, 정작 센터에 오니 세무서에 가서 지난해 소득 서류를 다시 떼오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