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태평양의 미국령 웨이크섬(Wake island)에서 대규모 활주로 확장 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크섬은 하와이에서 서쪽으로 약 3700㎞, 괌으로부터 약 2430㎞, 중국 본토로부터는 약 5000㎞ 떨어진 섬이다. 태평양 제해권(制海權) 장악의 핵심 요충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2차 대전 당시 일본도 진주만 공습 직후 웨이크섬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웨이크섬의 활주로 확장 공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등 적성국들이 괌과 하와이의 주요 미군 기지를 타격하는 것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6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군사 전문 매체 '더 워 존' 등에 따르면 미국은 올 초부터 시작해 3㎞에 달하는 웨이크섬 활주로의 대규모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최근 3년간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기존 활주로가 개·보수 확장됐고, 비행기 방향을 틀기 위한 구역이 추가됐다. 또 보급을 위한 각종 시설물이 들어섰다. 웨이크섬이 면적 7.4㎢, 전체 해안선 길이가 19㎞에 불과한 산호섬인 것을 감안하면 섬 전체가 사실상 군사기지화된 것이다.

남중국해로 날아오르는 美항모 레이건함의 전투기 - 4일(현지 시각) 미 제5 항모비행단 소속 전투기 F/A-18E/F ‘수퍼 호닛’이 긴 불꽃 궤적을 남기며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갑판 활주로 위를 날아오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함·니미츠함 등 항모 2척과 전함 4척은 4일부터 남중국해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도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 군도)에서 1~5일 해상 훈련을 했다.

'더 워 존'은 미 국방부가 이 비밀스러운 섬에 최근 수년 동안 수억달러를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VOA는 최근 7년간 시설 운영비에만 2억달러(약 2400억원)를 썼다고 했다. 여의도 면적(2.9㎢) 두 배 남짓한 섬이 미국의 대(對)중국 공격 전초기지로 변한 것이다.

미국은 1898년 필리핀과 괌을 식민지로 삼고, 하와이를 병합한 뒤 중간 기착지로 사람이 살지 않던 웨이크섬을 점령하고 미국땅으로 만들었다. 웨이크섬은 하와이 호놀룰루와 필리핀 마닐라의 중간쯤에 있어 전함들의 보급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개발되면서 웨이크섬은 태평양 제공권과 제해권 확보에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은 일본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1935년 일찌감치 웨이크섬 활주로 건설에 나섰다. 일본이 어느 곳을 타격하든 웨이크섬에서 출격하면 맞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때문에 1941년 진주만 공습을 단행한 직후 웨이크섬 상륙을 시도했고, 약 800명의 전사자를 낸 끝에 한때 점령에 성공했다. 6·25전쟁 당시엔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이곳에서 비밀회담을 하기도 했다.

웨이크섬은 현대전에서도 절묘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만일 중국과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한국과 일본, 괌의 미군기지는 쏟아지는 중·단거리 미사일로 개전 초반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 상원도 최근 대중(對中) 압박을 위해 태평양 지역에 추가 활주로와 미군 기지 건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웨이크섬은 중국 본토에서 약 5000㎞ 떨어져 있어 중·단거리 미사일로 타격하기가 쉽지 않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5000㎞인 것을 감안하면 웨이크섬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면 중국이 공격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미국은 2015년 웨이크섬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이용한 미사일 요격시험을 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번에 활주로를 확장하고 보급 시설을 확충한 것은 완전무장한 B-52 폭격기 등 전략폭격기의 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VOA는 보도했다. 이 전략폭격기들은 3㎞에 달하는 긴 활주로가 필요해 항공모함에선 출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미 본토나 괌 등에서 출발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미드웨이섬도 있지만, 이 섬의 활주로는 2400m로 대형 비행기가 뜨기가 어렵다. 실제 스텔스 폭격기인 B-2스피릿이 웨이크섬 비행장을 재무장과 재급유를 위해 이용하기도 했다고 '더 워 존'은 보도했다.